[촛불1년] 광화문·여의도서 1주년 촛불집회… “촛불은 계속된다”(종합)

젊은층부터 노년층까지 6만여명 참석
“감회 새롭지만 사실은 이제부터 시작”
태극기 집회도 열려 “촛불은 거짓·가짜”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김정필 인턴기자] ‘박근혜 정권 퇴진’을 외치며 열렸던 촛불집회가 1주년을 맞아 광화문 광장과 여의도에서 다시 촛불을 밝혔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퇴진행동 기념위) 주최로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 1주년 대회’에는 당초 5000명이 신고 됐으나 5만여명(주최 측 추산)이 모일 정도로 젊은층부터 노년층까지 많은 시민이 모여 지난해 10월 29일 시작된 촛불집회를 기념했다. 여의도에는 1만여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지난해 촛불집회에서 나왔던 “박근혜 정부는 퇴진하라”는 구호는 이날 “촛불은 계속된다” “사회대개혁 실현하자”로 바뀌었다. 행사는 총 23차 달하는 촛불집회를 정리한 영상을 시청한 뒤 시민 자유발언과 ‘적폐 청산’ 과제를 공유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전인권밴드와 이상은, 권진원, 평화의 나무 합창단, 4.16가족합창단 등의 문화 공연이 진행됐고 매 집회 때마다 선보였던 촛불 소등퍼포먼스와 촛불 파도타기도 재연됐다.

이날 박석운 퇴진행동 기념위 공동대표는 “한국사회 대개혁은 박근혜·이명박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강자 공동대표도 “퇴진행동은 새 정부의 출범은 촛불의 완성이 아닌 시작이라는 말을 남겼다”며 촛불집회 1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적폐청산이란 목적 아래 촛불집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별히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데 가장 큰 영향력을 행세한 촛불집회가 벌써 1년이란 시간이 지났다는 것에 참석한 시민들은 감회가 새롭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과제들이 있음을 인식하며 현 문재인 대통령이 잘 해결주길 소망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지난해 첫 촛불집회에도 참석했다는 박승합(60대, 남)씨는 “처음 촛불 집회가 열린 것이 엊그제 같은데 내일이면 벌써 1년이라니 감회가 새롭다”며 “사실 촛불집회가 시작된 지는 1년이 됐지만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여기 모인 촛불시민의 염원이 청와대까지 잘 전달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이용옥(51)씨는 “아직도 촛불은 꺼지지 않았고 정부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자 이 자리에 나왔다”며 “촛불집회 1주년에 감회가 새롭지만 아직까지 정부가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는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 촛불집회마다 참석해왔다는 김금초(71, 여, 서울 성북구 성북동)씨는 “아직도 변화되고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 손자들에게만큼은 다른 세상 다른 나라를 물려주고 싶어서 나왔다”고 밝혔다.

현 정부가 외국에 눈치를 보고 있다며 외국이 아닌 국민의 눈치를 보는 정부가 돼야 한다는 쓴 소리도 나왔다.

경기 부천에서 왔다는 김복기(41, 남, 경기 부천시)씨는 “외교나 안보 문제에 있어서 정부에 외국의 눈치를 보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정부가 강대국들 특히 미국의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은데 미국의 눈치가 아니라 국민의 눈치를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나라가 어려우면 국민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국민의 힘을 모아야지 어렵다고 미국이나 일본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그는 “지금 이 집회는 정부를 압박하고 또 물러나라고 촉구하는 차원이라기보다는 촛불집회가 1년을 맞은 이 시점에서 정부가 촛불 과제들을 다시 점검하고 새로이 시작해 잘해보자는 뜻에서 열렸다고 본다”고 말했다.

집회에는 지난해 참석했던 고등학생도 나왔다. 김수민(19)양은 “촛불 1주년을 맞아서 광화문에 나왔는데 아직까지도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것을 보면 정부가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며 “청소년 문제도 마찬가지로 학생 인권 문제, 18세 선거권 문제와 같이 해결할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이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었었는지 문재인 대통령도 꼭 다시 생각해주시고 청소년들을 위한 정책을 펼쳐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시간 영등포구 여의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들이 주축이 돼 모인 ‘촛불파티 2017’이 열렸다. 이들은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합니다’ ‘자유없다·받은정당·국민없당’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문재인 정부와 대립하는 야당을 비판했다.

여의도 촛불집회를 기획했다는 집회관계자는 “예전 광화문에 모인 이유는 국정농단 세력들이 청와대에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올해는 사실 청산돼야 할 대상들이 야당 쪽에 많이 있다고 생각돼 여의도 국회 앞으로 장소를 옮겼다”고 익명으로 밝혔다.

광화문광장 집회를 가려다 여의도 집회로 발길을 돌린 이동희(57, 남, 서울 은평구 대저동)씨는 “청와대는 바뀌었지만 국회 및 많은 적폐세력들이 사회 곳곳에 남아 있어 정리가 안 된 것 같다”며 “청와대 문재인 정부만으론 안 되고 시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친박단체들의 집회도 열렸다.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과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는 오후 2시 서울역 광장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각각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서울역 광장 300여명, 대한문 앞 400여명 등 총 1천여명이 안 되는 인원이 서로 간의 결속력을 다졌다. 서울역 광장에 모인 태극기 집회 지지자들은 촛불집회 지지자들을 종북좌파로 구분 짓고 친박단체 내 특별한 애국심을 고취하기도 했다.

개신교 보수성향이 강한 서경석 목사는 무대발언에서 “우리는 촛불집회가 사기이자 거짓이라는 것을 폭로하기 위해 모인 것”이라며 “모든 언론이 촛불집회에 대해 찬사를 쏟아내고 마치 민주주의 혁명인양 이야기하지만 언론이 완전히 거짓말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태극기집회가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