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과 부인 재클린 여사. (츨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26일(현지시간) 공개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 관련 기밀문서에서 ‘결정적’ 내용이 베일에 가려지자 오히려 그의 암살을 둘러싼 의문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기밀문서 전체를 공개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등의 ‘국가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요청을 받아들여 300여건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를 통해 공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단독 범행 의심에 음모론 번져… ‘마릴린먼로·CIA 연루설’까지

케네디 전 대통령은 1963년 11월 22일 미 텍사스 주 댈러스 시내에서 부인 재클린 여사와 함께 카퍼레이드를 벌이던 도중 암살범 리 하비 오스왈드의 흉탄에 사망했다.

당시 사건을 조사한 워런위원회는 당시 오스왈드의 단독 범행이며 배후는 없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이를 믿은 미국인은 별로 없었다. 단 한 명의 저격범 소행이라고 보기에는 의심스러운 부분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오스왈드의 공범이 있다는 설부터 쿠바 또는 소련의 배후설, 미 중앙정보국(CIA)의 개입설, 심지어는 염문설이 있었던 마릴린 먼로와 케네디 대통령이 외계인의 존재를 밝히려다가 NASA에 살해당했다는 황당한 음모론까지 각종 영화와 책, 다큐멘터리 등으로 만들어져 끊임없이 나왔다.

▲ 에드거 후버 당시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케네디 살해범 리 하비 오스월드의 죽음에 관해 기술한 문건의 일부분을 복사한 내용. (출처: 뉴시스)

케네디 암살 이후 음모론을 믿는 여론이 오랫동안 70% 이상을 기록했으며, 서거 50주년이었던 지난 2013년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도 60%가 ‘단독 범행이 아니라 거대한 배후가 있다’고 응답했을 정도였다.

케네디 대통령 암살 관련 기록을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진 데와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이 음모론을 즐기는 것 또한 이번 문서 공개 배경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공화당 경선 경쟁자이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의 아버지가 케네디 암살범과 연계돼 있다고 근거 없는 주장을 폈다.

지난 21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정부 기관인 암살기록심의위원회는 할리우드 감독 올리버 스톤의 영화 ‘JFK(1991)’가 국민 정서를 건드려 문서 공개 결정에 일조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무엇이 드러났나… 암살 전 KGB 요원과 통화·英은 알고 있었다?

이번에 기밀해제된 내용은 2891건에 달해 전문가들을 동원해 분석한다 해도 수개월은 족히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그간 여러 차례 공개된 미 정부의 각종에 비해 특별히 새롭거나 주목할만한 내용은 아직 드러나지 않아 일부 외신은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내용을 발견하면 알려달라고 도움을 구하기도 했다.

공개된 자료 중 1975년 록펠러 위원회 문서에서는 케네디 행정부 초기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암살 계획이 나온다.

▲ 1963년 11월 22일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부인 재클린 여사와 함께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암살 당하기 직전의 모습. (출처: 뉴시스)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 배후로도 지목된 바 있는 카스트로 전 의장을 CIA가 암살하려 작전하다 실패한 것은 이미 과거 CIA 등의 기밀문서 해제로 알려진 내용이지만 이번에는 CIA가 카스트로 전 의장 암살을 위해 구체적인 액수를 제시한 내용 등이 포함됐다. 당시 CIA는 총잡이 고용 대가로 지앙카나에게 10만 달러를 제시했다.

1964년 FBI 메모에는 쿠바 망명자들이 쿠바 지도자들을 살해하는 대가로 요구하는 금액을 제시한 내용도 담겼다. 이들은 피델 카스트로 10만 달러, 라울 카스트로 2만 달러, 체 게바라 2만 달러를 각각 제의했다.

다만 케네디 암살 사건 조사를 위해 구성된 미 하원 암살특별위원회는 카스트로가 케네디를 암살했을 가능성이 적다는 결론을 내렸다. 위원회는 보고서에 “케네디 대통령 암살은 미국에 쿠바를 파괴할 구실을 주기 때문에 위원회는 카스트로가 케네디 대통령을 암살했을 것으로 믿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1963년 미국 주재 쿠바 대사는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 소식에 “행복하고 기쁜” 반응을 보였다는 CIA 메모도 나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암살범 리 하비 오스왈드. (출처: 뉴시스)

오스왈드가 범행 두 달 전 KGB 요원과 전화통화를 하는 것을 CIA가 도청한 내용도 추가로 공개됐다.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 당일 작성된 CIA 메모에 따르면 CIA는 오스왈드가 범행 두 달 전 멕시코 주재 소련 대사관에 전화해 어눌한 러시아어로 발레리 블라디미로비치 코스티코프 영사와 통화한 내용을 도청했다. CIA는 코스티코프 영사를 암살 업무 담당인 KGB 13호실 소속 ‘확인된 KGB 요원’으로 지칭했다.

오스왈드는 범행 이틀 뒤인 1963년 11월 24일 호송 도중 나이트클럽 사장 잭 루비가 쏜 총에 맞아 숨졌는데, 살해되기 직전 FBI가 그에 대한 살해 협박을 알고 있었던 내용도 나왔다. 

또한 가디언은 케네디 암살 사건이 일어나기 25분 전 영국의 캠브리지 이브닝 뉴스의 한 기자가 “뭔가 큰 뉴스가 있으니 미국 대사관에 전화해 알려야 한다”는 내용의 미스테리한 전화를 받았다는 내용도 실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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