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장의 포토존. ⓒ천지일보(뉴스천지)

북유럽 설화 속 ‘괴물’ 모티브
귀여운 외모로 전 세계서 인기
초기부터 최근 작품까지
원화 350여점 한국관객 맞아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우리나라 캐릭터용품점, 팬시점, 문구점, 인형뽑기샵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캐릭터 무민(Moomin)은 핀란드의 국민 캐릭터다. 둥글둥글한 몸매와 귀여움으로 무장한 무민은 유럽을 넘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무민이 어떤 동물인지, 고향이 어디인지에 관해 물으면 대부분 “하마가 아니냐” “일본이 고향이다” 등의 답을 한다. 캐릭터만 좋아할 뿐 실제로 무민에 담긴 이야기에는 귀 기울인 적이 없다.

토베 얀손(Tove Marika Jansson) 작가가 그린 원화부터 무민 저작권사가 소장한 미공개 작품까지 무민의 연대기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오는 11월 26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무민원화전’이 열린다. 무민의 고향인 핀란드 독립 100주년을 맞아 최초로 국내 관람객에게 소개돼 그 의미가 더 크다.

▲ 전시장 전경.섹션마다 책을 넘기는 컨셉으로 구성돼 동화책에 들어가는 듯 하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총 7개의 섹션으로 구성됐으며 350여점의 원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를 기자가 찾아 무민을 그린 토베 얀손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전시장 초입에 걸린 ‘삽화(1945)’에서의 무민은 그동안 우리가 봐왔던 모습이 아니다. 지금의 모습보다 입이 길거나 몸이 날씬하다. 이는 무민 최초의 모습이다. 무민은 하얗고 포동포동하며 주둥이가 커서 하마를 닮은 듯하나 사실 트롤이다. 트롤은 핀란드 등 북유럽 신화와 전설 속에 등장하는 초자연적 괴물 또는 거인, 요괴다.

스웨덴계 핀란드의 대표적인 예술가로 글을 쓰고 동시에 직접 그림도 그렸던 다재다능한 작가이자 화가였던 토베 얀손은 조카에게 좀 더 쉽고 재미있게 트롤을 설명하기 위해 무민을 그리기 시작했다. 초기 무민은 보자마자 트롤이 연상되는 기괴한 외모였으나 점점 둥글둥글해져 현재의 모습이 됐다.

▲ 토베 얀손이 그린 만화의 한 장면. 무민이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요 시 한 욜로(YOLO)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토베 얀손이 무민 이야기를 쓰기 시작할 당시는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시기였다. 그는 잔혹한 현실에서 벗어나려 ‘옛날 옛적에’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는 1945년 ‘무민 가족과 대홍수’를 출간한다. 소설은 1950년대 핀란드를 비롯한 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으며 이후 여러 언어로 번역돼 출간됐다. 뒤이어 나온 무민소설 시리즈로 무민은 70여년간 핀란드의 국민 캐릭터가 됐다.

큰 눈과 작은 귀가 특징인 무민은 생각에 잠겨 꿈꾸는 걸 즐긴다. 개성이 강한 스너프킨의 절친이고 무민파파와 무민마마를 세상에서 가장 좋아한다. 모험을 즐기지만 낙천적이고 순진하며 마음이 따뜻한 캐릭터이다. 무민은 친구들과 함께 핀란드의 골짜기에서 살며 다양한 모험을 거듭하는 이야기를 통해 가족 간의 사랑, 친구와의 우정, 서로를 향한 존중 등 가슴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첫 번째 무민 이야기인 ‘무민 가족과 대홍수’ ‘혜성이 다가온다(1946)’ 등의 원화를 감상할 수 있다.

소설이 인기를 끌자 토베 얀손은 직접 극본을 쓰고 의상과 무대를 디자인해 무민 연극을 1949년 스웨덴 극장에서 초연했다. 연극을 인상적으로 감상한 작곡가 일까 쿠시스토는 무민 오페라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토베 얀손은 곧바로 오페라 대본을 쓰기 시작한다. 전시장에는 오페라 공연 시 입었던 인형 탈과 옷 등이 전시됐다.

▲ 무민 오페라 공연 당시 사용했던 옷과 인형탈. ⓒ천지일보(뉴스천지)

무민 책이 인기를 끌자 AP 통신사의 디렉터 찰스 서튼은 토베 얀손에게 상업 만화를 제안한다. 토베 얀손은 클리프행어(소설이나 영화 등의 작품에서 쓰이는 줄거리 장치) 결말로 끝나는 3~4컷 구성의 현대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토베 얀손은 각각의 컷을 선으로 구분하는 다른 만화와 다르게 나무, 검, 스키, 침대 기둥 등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그렸다. 전시 중반부에선 만화 초안 스케치를 볼 수 있다. 해당 전시장은 불을 끈 것처럼 어두침침한 가운데 원본 작품에만 조명이 비친다. 이는 원본 훼손 방지를 위해 가장 적절한 노출값을 설정한 것이다.

만화와 동화 작업을 계속하던 토베 얀손은 예술가의 길을 갈망한다. 본업인 화가로서 작품활동을 이어왔는데 그의 색다른 작품 세계관이 느껴지는 ‘팔레트가 있는 정물(1937)’ ‘자화상(연도미상)’ 등도 ‘무민원화전’에 전시됐다.

이외에도 국내에 출간된 다양한 무민 도서가 소개되는 한편, 멀티미디어 체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디지털 라이브러리도 꾸며졌다. 전시 기간 무민 대형 인형과 무민 친구들로 분장한 캐릭터들이 미술관 주변을 돌아다니며 관람객에게 풍성한 볼거리와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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