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17년 루터가 내건 95개조 반박문이 가져온 파장은 엄청났고, 가톨릭 교황과 독일 황제가 루터를 탄압하기 시작했다. 1520년 교황은 루터를 파문했지만 오히려 루터는 그 파문장을 태워버렸다. 이후 루터는 계속 도망 다니게 된다. 이듬해 루터는 황제인 카를 5세의 면전에서도 자신의 신앙의 정당성을 주장하다가 결국 보름스 칙령에 의해 제국 추방 처분형을 받았다. 사진의 예술품은 루터의 활동을 묘사한 작품으로 비텐베르크의 루터하우스 내 전시관에 전시돼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이 일어난 지 500년이 되는 날이 나흘 남았다. 종교개혁 정신을 잇겠다며 한국개신교는 수년 전부터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올해 갖가지 행사들을 치러내고 있다. 10월 31일을 전후로 행사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한국교회는 마틴 루터의 정신을 어떻게 행사 속에서 구현해내고 있을까. 천지일보는 올해 기념행사들을 살펴보고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 정신과 한국교회의 현실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일 코앞
기념행사 봇물… 진정성은? 

한기총-한교연 통합이룬다면서
오히려 교단연합기구만 줄줄이
‘연합·일치’는 먼 하늘의 구름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올해 교단연합기구들과 각 교단, 교회들을 중심으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행사들이 봇물터지듯 쏟아내고 있다. 각종 기념대회와 학술대회, 기념예배, 음악회, 전시회 등이 열리고 있다.

◆“종교개혁 정신 잇겠다” 행사들 줄줄이

지난 25일에는 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 백석대학교, CTS가 함께 백석대학교에서 기념예배를 열었다. 28~29일까지는 일산 킨텍스에서 기독교한국루터회(루터교)를 중심으로 23개 교단이 기념대회를 연다. 앞서 이달 15일 2017종교개혁500주년성령대회와 세계성령중앙협의회는 소강석 목사가 시무하는 새에덴교회에서 기념예배를 드렸고, 지난달 서울기독대학교 총장 이강평 목사가 기념집회를 열었다. 이밖에도 개별교회들은 저마다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주일인 29일을 전후로 각종 기념행사를 마련하거나 설교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개신교를 바탕에 둔 이화여대, 연세대, 한동대, 계명대 등 학교들도 이에 가세했다. 특히 학교들은 저명한 외국 신학자들을 초청해 국제포럼으로 개최했다. 주제도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미국, 세계 등 범위가 지구촌으로 확대됐다. 1899년 미국 선교사들이 설립한 제중원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계명대는 오는 30일 ‘개혁의 새로운 구도:종교개혁, 미국 장로교, 그리고 한국’ 주제로 국제포럼을 열고, 한동대는 내달 16~17일까지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프로테스탄티즘과 동아시아’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유럽과 북미의 프로테스탄티즘에 대해 독일 일본 미국 등 해외 신학자들이 발제에 참여한다. 이화여자대학교도 28일 아그네스 붐 WCC 중앙위원회 의장 등 인사를 초청해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갖는다.

신학자들도 한 데 모였다. 보수 진보를 망라해 한국교회 신학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지난 20일 소망수양관에서는 종교개혁500주년기념 공동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날 신학자들은 선언문을 발표하고 종교개혁 정신을 이어가기로 결의했다.

앞서 지난 8월 26일에는 한국교회 평신도들도 연합해 “다시 성경으로 돌아가자”며 성경선언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교회건강연구원은 종교개혁 500주년기념 말씀묵상과 실천 교재 출간했다. 문화공연들도 다채롭게 마련됐고, 큰 호응을 받았다. 특히 뮤지컬 ‘더북(THE BOOK: 성경)’ 공연은 8개월 간 4만 관객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지난해 CBS는 한국조폐공사와 함께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주화를 만들어 판매해 루터의 정신을 훼손시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 지난 25일 백석대학교에서 진행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연합예배. ⓒ천지일보(뉴스천지)DB

◆종교개혁 정신 ‘정말’ 잇고 있나

이처럼 올해 한국 개신교계 내에서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각종 행사들이 범람했다. 목회자들의 설교 주제에서도 ‘종교개혁 500주년’은 어김없이 등장했고 이들은 한국교회의 죄를 회개하고 제2의 종교개혁을 이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한국 개신교 신학의 주요 축을 이루고 있는 신학자들은 선언문에서 교파를 초월해 모든 지상 교회들이 일치와 연합을 위해 힘쓰는 것이 시대적 과제라는 점을 확인했다. 신학자들은 “종교개혁자들이 상호 존중하였으며 진리를 회복해 교회를 바로 세워나가고자 연합과 일치의 노력을 경주했다”며 이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 한국교회가 이뤄낸 연합과 일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국교회 양대산맥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과 통합이 교류행사를 갖기는 했으나, 일치를 위한 실질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교단연합기구는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 보수진영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주요 교단장들과 미묘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두 기관의 통합을 위해 교단장들이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을 만들고, 더 나아가 한교연과 통합해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을 창립했지만 결국 하나 되지 못하고 또 파열음을 내고 있다.

교단 교파를 초월해 교회들이 일치와 연합을 이루기 위한 지름길을 찾는 것은 사실 간단하다. 이미 신학자들은 마틴 루터의 가르침이 오랜 교훈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모든 교단들이 자의적 해석을 내려놓고 ‘오직 성경’만으로 교리를 통합하면 된다는 조언이다.

한국교회 목회자들도 학술대회와 포럼, 심포지엄, 설교를 통해 올해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을 되짚으며 ‘오직’ 교리에 충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루터가 강조한 ‘오직’ 교리는 ‘오직 성경으로’ ‘오직 은혜로’ ‘오직 믿음으로’다. 루터는 성경의 권위가 교황과 교회와 사제들의 권위 위에 있다고 말했으며, 만인제사장설을 주장했다.

현재 수백개로 갈라진 교단들의 분열 원인이 각종 교리적 해석의 차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일치와 연합을 위한 가장 빠른 길은 ‘오직 성경으로’ 하나 되는 것이라는 진단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한다고 목소리만 높일 게 아니라 내실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야 진정한 기념이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수백개의 교단과 연합기구로 갈라져 반목과 질시를 일삼는 한국교회가 연합과 통합을 이뤄내는 실질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한 모든 행사들은 ‘결국 요식행위였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마틴 루터는 어떤 인물?

마틴 루터는 1517년 10월 31일 당시 가톨릭 성당의 부패에 맞서 비텐베르크 대학교 교회 문에 95개 논제를 붙이고 종교개혁을 시작했다. 루터는 로마 가톨릭교회 수사이자 사제, 비텐베르크 대학교 교수였지만 로마가톨릭교회의 부패와 면죄부 판매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이 같은 반기로 교황에게 파문을 선고 받았고, 1521년 5월 신성로마제국으로부터 이단으로 정죄를 당했다. 이후 은둔생활을 하면서도 라틴어로 된 성경을 번역해 일반인들도 읽을 수 있도록 독일어로 번역했다. 사제가 아닌 일반인이 성경책을 소유하는 일 자체가 불법이었던 16세기였다. 번역 성경은 독일인들이 갖고 싶어하는 베스트셀러가 됐고, 이후 자국어로 번역된 성경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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