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대규모 1차 촛불집회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_박근혜 시민 촛불’이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1700만 평화시위가 이룬 기적
탄핵에 정권교체까지 이뤄내
“적폐청산도 도 넘으면 문제”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오는 29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승리로 평가 받은 촛불집회 1주년을 맞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까지 이어진 1700만개의 촛불은 ‘평화 시위 문화’를 통해 한국인의 탁월한 시민의식을 보여줘 전 세계에 새로운 시위 롤모델이 됐다. ‘이게 나라냐’를 외친 국민은 ‘나라다운 나라’를 선포한 문재인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지난해 10월 29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에 분개해 3만여명으로 시작된 촛불집회에는 총 23회, 올 4월 29일까지 이어졌으며, 광화문 일대에만 1423만 5000명 전국 집회 인원까지 더하면 무려 1685만 2360명이 참여했다. 헌정사상 최대의 촛불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이며, 이후 대한민국은 과연 1700만 촛불이 외치던대로 변했는지 진단한다.

▲ 지난해 11월 12일 3차 촛불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00만명의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이는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70만명을 넘어 2000년대 들어 ‘최대’ 규모라는 기록을 경신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탁월한 평화 집회, 세계에 감동 선사

촛불집회는 평화 집회 문화의 시작으로 평가받는다. 1차부터 23차까지 사상 최대 규모의 집회가 진행됐지만 폭력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 등 공권력에 대항해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던 이전의 집회와 달리 촛불집회 참석자들은 스스로 ‘비폭력’ ‘평화시위’ 등 구호를 외치며 폭력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촛불집회의 평화적 시위 현장은 법원에서도 인정해 집회 참석자들의 청와대 부근 행진을 허용했다. 촛불의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말한 문재인 정부도 시민들의 평화적 시위에 맞춰 경찰 차벽이나 물대포가 없이 교통 통제 위주의 집회 관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촛불집회 당시 퇴진행동의 공동상황실장을 맡았던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촛불집회에 대해 “다양한 시민사회가 부패한 박근혜 정부에 대해 규탄의 목소리를 낸 의미 있는 날”이라고 평가했다.

안진걸 퇴진행동 공동 대변인도 “정권의 탄압이나 여론공작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한 집단 지성의 발현으로서 철저한 비폭력 노선, 대중적 집회, 감동적 프로그램 등의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했다”며 “대규모 항쟁 때마다 되풀이된 정권의 여론공작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 눈이 펑펑 내리는 영화의 날씨에도 1월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제13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적폐청산 늪… 원했던 나라인가?

촛불민심을 타고 국가 수장이 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나라다운 나라’를 천명했다. ‘이게 나라냐’를 외친 민심에 대한 응답이자 각오였다. 그러나 최근 적폐 청산을 이유로 역대 정부를 집요하리만큼 들먹이는 문 정부를 보며 1700만 촛불이 염원했던대로 나라가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26일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요즘 적폐청산의 경계를 넘어 한풀이 굿판의 레드라인에 근접한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비난했다. 

진실을 규명하고 과거사를 바로 세운다는 차원에서 적폐 청산 자체를 반대하는 여론은 많지 않지만 분명 선을 넘고 있다는 지적은 날로 더해지고 있다.

허성우 국가디자인연구소 이사장은 “현 정부에서는 촛불의 정신을 말하지만 오히려 그 정신에 반하는 것이 있다”며 “적폐청산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도가 지나치게 되면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허 이사장은 이어 “과거 박근혜 정부는 친기업으로, 현재 문재인 정부는 친노동계로 돼 버렸다”며 “이런 것은 국민 통합이 아니다. 노사정이 함께 발을 맞춰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난 3월 11일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주최로 열린 20차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에 대해 폭죽을 터트리며 환영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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