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촛불집회 1년을 맞는다. 지난해 촛불집회가 시작될 때만 해도 ‘대통령 탄핵’을 외친 국민들조차 탄핵이 현실화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냥 내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잘못 됐다는 것, 민심이 이렇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추운 겨울 날씨도 굴하지 않고 밝혀진 촛불은 대통령 탄핵을 현실로 이뤄냈다. 전 세계는 매주 모이는 촛불의 규모에 놀라기 시작했고, 무려 23주간이나 이어지면서도 변치 않는 평화 시위, 뒷마무리까지 아름다운 대한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에 놀랐다. 그렇게 국민은 성숙해 있었다. 폭력시위대는 오히려 비난 받았다. 특정 목적을 위해 나선 과격, 급진좌파 단체들도 순수한 촛불 앞에서는 힘을 잃었다. 밥값을 서로 내고 행사 준비를 위해 38억이 모였고, 모금함에 금반지도 담겼다. 촛불 대한국민은 ‘노벨평화상감’이라는 소식도 들렸다. 실제 지난 15일 독일의 비영리 공익·정치단체인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으로부터 인권상도 받았다. 그렇게 촛불이 켜진 지 1년, 대한민국은 1700만 촛불이 원하던 대로 ‘나라다운 나라’가 됐나.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과 동시에 ‘나라다운 나라’를 천명했다. ‘이게 나라냐’를 외친 촛불에 대한 응답이기도 했고, 각오이기도 했다. 첫 행보는 소탈했다. 권위주의에 꽉 차 측근들조차 근접이 어려웠던 이전 대통령과는 확실히 달랐다.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화 시키겠다고 선포해 실제 많은 비정규직들이 꿈을 이루기도 했다. 반면 정규직 채용을 감당 못하는 곳은 수많은 직원을 퇴사시켜야 했고, 일자리 정부에서 일자리를 더 잃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문 정부가 칼을 빼든 ‘적폐청산’이 전전전전전전전 정부까지 끝없이 이어지면서 과거사 규명을 넘은 정치 보복이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적폐는 청산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인 법이다. 그 칼끝이 돌고 돌아 문재인 대통령이 자리를 떠났을 때 문 대통령에게 다시 올 수 있음도 유념해야 한다. 털어서 먼지 안 날 자신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정권이란 희한해서 없는 먼지도 나게 한다는 것을 지금 적폐청산 과정이 되레 알려주고 있다. 1700만 촛불이 원했던 나라, 복수의 칼끝으로 사초까지 마구 뒤지는 그런 나라를 원한 것은 아닐 것이다. 최근 공론화 과정에서 보여줬듯 이성으로 감성을 이기고, 논리로 미래를 택하는 그런 지도자, 그런 나라를 원했다는 것을 현 정치권은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