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당원들조차 부끄러워 할 일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당내 친박계 청산 문제를 놓고 마치 세 대결로 가는 듯한 모습은 ‘보수의 혁신’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게다가 그 당사자인 서청원 의원과 홍준표 대표 간에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녹취록 공방’도 볼썽사납다. 그 실체가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을 뿐더러 내용도 아직 아무것도 나온 게 없다. 그럼에도 양측이 주고받는 언사는 너무나 거칠고 투박하다. 옳고 그름의 문제를 넘어서 ‘정치의 상식’ 선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

자유한국당에서 탈당권유 징계를 받은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이 오는 26~27일 각각 입국한다. 방미 활동을 벌이고 있는 홍준표 대표도 28일 귀국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 주에는 본격적인 충돌 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자유한국당 당헌 당규에 따르면 현역 의원의 징계는 최고위와 의총을 거쳐야 하는 만큼 결국 양측의 세 대결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지금은 그 어떤 쪽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 혁신이 아니라 당 갈등으로 폭발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서청원 의원이 “2015년 홍 대표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나에게 ‘협조’를 요청했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홍 대표가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직접 ‘진실의 증거’를 대겠다고 말했다. 그 증거로 ‘녹취록’이 실재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만약 사실로 밝혀지면 홍 대표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게다가 홍 대표는 지금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쯤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이 또한 흐지부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만 출당시킨 뒤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징계 문제는 보류되거나 무산되면서 양측이 진실 대신에 ‘봉합’으로 옮겨 갈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그 대가로 ‘녹취록’이건 ‘진실의 증거’건 모두 흐지부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이렇게 간다면 홍준표 대표가 내건 자유한국당의 변화, 보수의 혁신은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

귀국 즉시 홍 대표는 당 윤리위가 결정했고 자신이 약속한 친박계 청산을 끝내야 한다. 물론 몇 명의 제명만으로 친박계 청산을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최소 요건에 불과할지라도 그마저도 못한다면 홍준표 대표의 자유한국당은 그 어떤 희망도 갖기 어렵다. 물론 그 과정에서 홍 대표가 유탄을 맞더라고 감내해야 한다. 지금 자유한국당은 새로운 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다. 이대로는 길이 없기 때문이다. 설사 내부 충돌을 통해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자유한국당에게는 나쁜 선택이 아니다. 반대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봉합만 한다면 그건 공당이 아니다. 지금 홍준표 대표에게도 사즉생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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