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굳이 촛불의 함성을 ‘혁명’이라고 부른 것은 다수의 국민들이 ‘혁명적 변화’를 갈구했으며 그 결과 지금 이 시간에도 혁명적 변화는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나라냐’는 당시의 한탄과 절규는 혁명적 갈증을 뜻했다. 오는 29일이면 벌써 1주년이 된다. 정말 그 사이 너무도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붕괴됐으며 박 전 대통령은 감옥에 있다. 우리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리고 ‘국민의 힘(people power)’으로 정권이 교체됐으며 이에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을 국정과제 제1호로 화답했다. 그렇다면 시민혁명은 지금도 진행형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단순히 ‘하나의 정부’가 바뀐 것이 아니라 어쩌면 ‘구체제(앙시앙레짐)’가 사실상 종언을 고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문재인 정부, 구체적 성과로 답하라

2016년 10월 29일, 서울 종로 청계광장에 3만개의 촛불이 켜졌다. 그 때만 해도 촛불이 혁명이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각종 언론을 통해 ‘최순실 일당’과 청와대 인사들의 국정농단 민낯이 드러나자 촛불은 정말 ‘들불’처럼 타올랐다. 불과 2주 만인 11월 12일 3차 집회에서는 100만개의 촛불이 타올랐다. 그리고 국회에서 탄핵안 표결이 예정된 직전의 주말인 12월 3일의 6차 집회에서는 사상 최대인 232만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겨울바람마저 매섭던 그 광화문광장에 무엇이 이 많은 사람들을 한목소리로 뭉치게 했던 것일까. 그것은 그동안 켜켜이 쌓였던 적폐들을 과감하게 청산하고 이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자는 절박한 희망의 촛불이 아니었을까.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우리 국민은 위기 때 특히 강했다. 무능하고 부패한 지배세력의 농단으로 나라가 위기에 몰릴 때면 전국 곳곳에서 살아있던 민초들이 먼저 떨쳐 일어났다. 임진왜란 때 그랬으며 조선이 망할 때도 그리고 일제강점기 때도 그랬다. 아니 멀리 갈 것도 없이 ‘4.19혁명’이 그랬으며 ‘광주 민주화운동’도 그랬다. 그 역사적 전통이 다시 광화문에서 촛불로 타올랐으니 가히 ‘혁명적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문재인 정부의 몫이 매우 크다. 어느 때든 혁명의 성과는 순순히 그들의 뜻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때론 혁명보다 반혁명의 핏빛이 더 붉었으며 혁명의 함성보다 그 절망의 절규가 더 아팠던 때가 적지 않았다. 이처럼 처절한 역사의 아픔이 다시 반복될 것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지금은 문재인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임기 5년은 너무 짧다. 과욕은 금물이라는 뜻이다. 구시대를 상징하는 적폐들을 명시하고 이를 위해 치밀하고 과감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액션플랜’을 가동시켜야 한다. 그리하여 말보다는 법과 제도 같은 구체적 성과로 화답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5년의 승패가 달려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 시간이 많지 않다. 벌써부터 우리 사회 곳곳에서 저항의 몸부림이 가시화되고 있음을 본다. 벌써 촛불혁명 1주년,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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