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라크군이 쿠르드의 분리독립을 막기 위해 지난 16일(현지시간) 키르쿠크 유전지대로 향하던 중 카타쉬 지역을 지나고 있다. 사진은 APTV 영상을 캡처한 것. (출처: 뉴시스)

쿠르드 “폭력 막기 위한 책임있는 행동”
이라크 정부에 대화 등 3가지 사안 제안

[천지일보=이솜 기자] 이라크 정부와 맞서 100년 가까이 추진하던 쿠르드족의 독립이 사실상 무산됐다. 알자지라, BBC, CNN 등에 따르면 쿠르드자치정부(KRG)가 분리독립을 위해 지난달 25일 치러진 주민투표 결과를 무효화 한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25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는 성명을 내고 “더 이상의 폭력을 막기 위해 책임 있게 행동하려는 일환으로 지난달 25일 치렀던 이라크로부터의 분리독립 투표 결과를 동결하겠다고 이라크 정부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정부군과 KRG 군조직 페슈메르가 사이의 전쟁과 대치가 계속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무효 대신 ‘동결’이라는 표현을 선택했지만 결국 투표 결과가 취소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독립이 무산된 셈이다.

쿠르드는 분리독립 투표결과 동결과 함께 쿠르드 자치지역에서 교전과 모든 종류의 군사작전 중단, KRG와 이라크 중앙정부가 이라크 헌법에 근거에 열린대화를 시작할 것 등 3가지 사안을 이라크 중앙정부에 제안했다.

▲ 쿠르드족 남녀가 지난달 25일 이라크 에르빌시에서 열린 분리독립 주민투표에 참여해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출처: 뉴시스/AP)

앞서 지난달 25일 쿠르드는 이라크 중앙정부의 반대에도 분리·독립 찬반 주민투표를 추진했다. 결과 찬성표가 92.7%로 집중되면서 자치권 확대, 독립국 수립 등을 놓고 협상을 할 것을 중앙정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중앙정부는 ‘위헌적 투표’라며 쿠르드를 향한 군사적 정치적 압박을 펼쳤다. 투표 직후에는 이웃 이란, 터키와 연대해 쿠르드 자치지역 육상 국경을 막았고 항공편 운항도 봉쇄했다. 지난 16~20일 이라크 군(軍)을 동원해 쿠르드 유전도시 키르쿠크를 장악했고 21일에는 쿠르드 자치지역 내 국경 통제권과 군조직 통수권을 중앙정부에 넘기라고 요구했다. 이 같이 정부군에 제압당한 상황에서 쿠르드자치정부의 이번 제안은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라는 평가다.

쿠르드는 성명에서 “충돌은 양측 모두에게 피해를 입혔고 지속적인 유혈사태로 이어져 이라크 사회의 여러 구성원에게 고통과 사회불안을 안겨줬다”며 “싸움을 계속하는 것은 어느 쪽에도 승리를 가져다주지 않고 삶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주며 나라를 혼란과 무질서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쿠르드의 이번 제안에 이라크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독립이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독립투표에 반대했던 쿠르드 야당은 마수드 바르자니 KRG 수반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쿠르드족은 터키, 이란, 이라크에 3000만명가량 분포하고 있으며 이라크 안에서만 보면 전체 인구 중 15~2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20년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만제국(터키제국)이 해체되면서 독립할 기회가 생겼지만 실패하면서 1923년 로잔조약에 의해 이라크, 이란, 터키 등으로 흡수됐다. 이후 1932년 이라크가 독립하면서 쿠르드도 독립을 위한 무장투쟁을 시작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