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포커스] 음식에 생기 불어넣는 순간 “진정한 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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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지 강현지 푸드포토그래퍼와 그의 음식사진 작품들 ⓒ천지일보(뉴스천지)

강현지 푸드포토그래퍼

‘5분 안에’ 승부, 음식과 시간싸움
사진에 맛깔스럽게 담기 위한 노력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방금 막 요리되어 나온 음식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간 이때부터 음식과의 시간싸움이 시작된다. 음식의 형태와 색온도 유지하면서 가장 맛있게 보이도록 식감을 표현해 내야 하는데, 그 모든 것이 5분 안에 결정된다.

푸드포토그래퍼(음식사진 작가) 강현지(39, 맛보다 스튜디오 ) 실장은 음식을 디자인하고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음식과 박빙의 순간을 즐긴다. 카메라를 통해 맛을 눈으로 전달해야 하는 그는 음식이 나왔을 때부터 다른 사람이 된다. 몇 가지 소품으로 음식에 디자인을 입히고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올 때의 순간, 양념소스가 뿌려질 때의 그 찰나의 순간을 가장 잘 담아내기 위해 순발력 있게 움직여 생동감 넘치는 ‘오감’을 자극할 작품을 만들어 낸다.

음식이 나오고 5분이 지나버리면 음식의 온도와 형태가 약간씩 달라지기 때문에 그 이후부터는 마치 죽은 시체를 찍는 것과 같다고 한다. 물론 모든 음식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는 이 같은 철학을 기준으로 촬영에 임한다.

단순히 음식을 보기 좋은 각도에서 한 컷씩 찍어내는 차원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으로 이미지화를 시킨다. 예를 들어 ‘스테이크를 소스에 듬뿍 찍어먹는다. 소금에 찍어 먹는다. 칼로썰어서 질 좋은 고기의 질감을 보여준다’ 등 이렇게 ‘맛있게 먹는 방법’ 팁을 위한 이미지를 스토리텔링처럼 5분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이를 5분 안에 승부를 보지 못하면 새 음식을 다시 내와야 하기에 그에게 음식이 나올 때는 매순간이 라이브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 메뉴판에서 접하게 되는 음식사진들이다. 실제 맛 그대로 맛있어 보이게 하고, 맛집 그 이상처럼 돋보이게 하는 것이 음식사진인 것이다. 그래서 강 실장은 음식을 ‘생명력이 있는 아이템’이라고 말한다. 정적인 것을 동적인 것처럼 보이게 하고, 음식에 디자인을 입히고 생기를 불어넣는 작업을 그가 하고 있는 것이다.

▲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음식에 수저와 포크로 집은 순간과 셰프가 음식을 들고 있는 모습, 냉커피의 분위기 있는 모습 등 강현지 실장이 찍은 작품사진들 (제공: 맛보다 스튜디오) ⓒ천지일보(뉴스천지)

음식 사진을 찍을 때 중요한 요소로 강 실장은 ▲조명 ▲푸드스타일리스트 ▲세팅 이 세 가지를 꼽았다.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음식을 어떤 접시에 담느냐, 어떤 바닥과 배경을 사용하느냐 등 음식의 콘셉트를 결정한다. 음식을 꾸미기 위해 메이크업을 하고 옷을 입혀주듯 디자인 시키는 것이다.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에서는 푸드스타일리스트만 잘 만나 작업하면 그만이지만 일반음식점은 음식 이미지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을 알고 있어도 제작비 한계가 있어 푸드스타일리스트까지 두고 촬영하는 데에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강 실장이 일반음식점에 맞춤형 푸드스타일과 컨설팅까지 1인 2역을 한다.

그가 푸드스타일리스트 못지않게 갖고 있는 소품으로 예쁘게 꾸며주고 다듬어주고 표현해주면 멋진 작품이 탄생한다. 음식이 정말 맛있어도 이런 것이 잘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사진에 그대로 담기질 않기 때문에 음식을 디자인 시키는 게 매력적이면서도 고뇌하는 일이라고 강 실장은 설명했다.

▲ 강현지(맛보다 스튜디오) 실장이 음식사진을 찍기 전 푸드스타일리스트와 음식 세팅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그는 어릴 적 흑백사진의 작품에 매료돼 순수 사진작가가 되고 싶어 대학교 사진학과로 진학했다. 그러나 사진작가로만 하기에는 스스로 발전함에 있어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졸업 후 모 일간지와 잡지사 등에서 사진기자도 해보고 광고기획 업무, 카메라 관련 업체에서 업무도 했으나 현실은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는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일을 하기 보단 능동적으로 자신이 창작하고 주관하는 일을 해야 기쁨을 느낀다는 것을 ‘소셜커머스’에서 맛집 홍보하는 일을 통해 알게 됐다. 콘텐츠 기획부터 제작, 연출 감독까지 병행하는 일이라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 재밌었고, 이제야 자신에게 딱 맞는 일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 힘들었던 시절에는 카메라에 미련을 버리고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방황했으나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게 돼 행복함에 젖어 지내고 있다. 그렇다고 그는 이전의 시간들을 낭비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는 “이전까지는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었고, 그런 업무 경험들이 밑거름이 됐고, 지금 나한테 뼈와 살이 됐다”며 과거의 시간들을 소중하게 생각했다.

그는 촬영이 없을 때 평소에는 틈이 많아 스스로 자신을 약간은 백치미 ‘허당’ 기질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음식 촬영할 때만큼은 스텝들한테 예민할 정도로 빈틈을 찾기 어렵게 돌변한다. 음식이 나온 5분이 음식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시간이니 그 안에 승부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그는 가끔 주변사람들을 생각해 자신도 편하게 찍은 적이 있었는데 그것이 음식에도 그대로 표현됐다고 한다. 곧 만족할 만한 결과가 안 나왔다는 것. 그렇게 편하게만 찍은 음식사진이 배너와 각종 인쇄물로 나와 먹자골목에 걸려있는 것을 가끔 지나다니다가 볼 때는 스스로 부끄러워 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 때문에 그가 음식이 나온 5분 안에 모든 것을 거는 이유다. 그는 “음식마다 특징이 있는데 바로 요리돼 나와서 만났을 때 이를 잘 파악해서 빨리 표현해야 하는 것이 관건”이라면서 “10년 가까이 많은 음식 사진을 찍어왔음에도 항상 긴장된다”고 고백했다.

좋은 사진이란 결국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음식을 만들어 주는 셰프와 음식을 대하는 사진사의 소통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아울러 “내가 찍는 음식사진을 통해 음식점이 맛집으로 거듭나고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같이 음식과 음식점, 자신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 강현지 실장의 작업이 앞으로도 지속되길 기대해본다.

▲ 강현지 실장이 푸드스타일리스트의 음식 세팅을 체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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