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초가 되면 세계의 이목은 노르웨이의 노벨위원회에 집중된다. 그해의 인류 복지에 공헌한 사람이나 단체에 대해 주는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기 때문이다. 올해도 예외 없이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학 및 의학상, 문학상, 평화상 등 5개 부문의 수상자가 결정됐는 바, 특히 노벨평화상은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세계 101개국 468개 협력기관이 가입하고 있는 ICAN(핵무기폐기국제캠페인)에게 돌아갔다. ICAN은 지난해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한 노력에 새로운 방향성과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것이 수상자로 선정된 이유였다.

올해 노벨상이 발표되던 시기에 국정원 적폐청산 TF(Task Force)팀이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에서 시도한 이상한 흐름을 포착했다. 내용인즉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취소 청원 모의였다. 이 사건이 처음 알려질 때만 해도 정치권과 대다수 국민은 국정원 적폐청산 TF가 한건주의에 매달려 흘려보내는 여론전이 아니겠느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그 이후 DJ노벨평화상 취소 청원에 대한 진위가 속속들이 밝혀지면서 사회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노벨상 수상 취소 공작을 공모했던 보수단체 자유주의진보연합의 한 간부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노벨위원회 주소를 알아냈으며, 국정원이 취소청원서 번역비와 발송비 300만원을 부담한 사실이 조사 결과 드러난 것이다. 보수단체 간부는 국정원의 주문을 받고 게이르 룬데스타트 노벨위원회 위원장 앞으로 ‘김대중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취소돼야 합니다’라는 내용의 영문 서한을 발송했다는 것이다. 이 내용이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보고되는 등 노벨상 취소 공작은 기획부터 실행 과정에 이르기까지 국정원이 관여했음이 확인된 바, 이에 대해 MB 측은 “국정원 직원 개인의 일탈된 행동”이라고 선을 긋고 있는 상태다.

특히 2000년 10월 13일에 발표된 그해 노벨평화상은 상이 제정된 지 100년이 되는 해여서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을 비롯해 개인 115명과 35개 단체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많았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수상한 100회 노벨평화상은 개인적인 영예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인 자랑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노벨상 수상을 국정원이 주도가 돼 국격 훼손 사건을 획책했다니 그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 실체적 진실이 드러났으니 국정원이 다시는 그런 못난 짓을 할 수 없도록 철저히 개혁해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