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봉 대중문화평론가

20일이나 지나서야 알려진 슈퍼주니어 최시원의 프렌치 불독 ‘개물림 사건’이 세간에 화제다. 최시원 가족 측은 숨진 한일관 대표 김모(여)씨의 유족 측에 사과문을 전했지만,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인 최시원 가족이 기르는 애완견에게 물려 패혈증으로 숨진 황망한 사건과 최씨 가족의 처우에 대해 많은 네티즌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필자도 아파트 단지와 인근 공원에서 산책을 하다보면, 조그맣든 크든 개를 끌고 다니는 적지 않은 견주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빈번하게 ‘개 짖음’ 소리를 여러 번 경험하며 위협을 느끼기도 했다.

그때마다 견주들은 무심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지나가거나 서양인들처럼 “Excuse me” 같은 실례를 표현하지 않는다. 당연하다는 듯 “우리 개는 안 물어요” 혹은 “쉬쉬, 조용히” 하며 개의 행동을 자제시키는 게 전부다. 개의 목줄을 하고 다니는 견주들도 있지만, 입마개를 하고 다니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심지어 목줄 없이 개를 풀어 산책을 즐기는 견주들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이러한 모든 행동들은 남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하는 개인주의, 이기주의 생각에서 비롯된다. 또한 1인가구가 늘고 핵가족 시대가 되면서 애완견은 자신들의 소중한 가족의 일원이 돼버렸다. 옛날처럼 마당 있는 집이 없어지고 대체로 개들이 아파트에서 거주하다 보니, 개도 견주하고 같이 자고 같이 먹고 같이 생활하면서 가족의 소중한 ‘막내’가 돼버린 것이다.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윤재옥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에 물리거나 관련 안전사고로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는 2014년 1889건에서 지난해 2111건으로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애견인은 벌써 1200만 시대가 돼가고 있다. 그러나 ‘개물림 사건’을 포함해 개로부터 피해를 당해 견주를 처벌할 수 있는 법은 너무 약하기만 하다.

반려견은 외출 시 목줄과 입마개 착용이 의무다. 동물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 목줄 등 안전 조치를 해야 하며 이를 어길 시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개가 행인을 공격해 다치게 하는 경우에도 보호자의 과실치상이 적용돼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러나 피해자와 보호자가 합의할 경우 처벌도 피할 수 있다. 사람을 문 개도 보호자의 동의 없이는 처리가 불가능하다.

이번 사건이 유명해진 이유는 한식당을 대표하는 한일관의 여자 대표가 유명 그룹 아이돌 멤버의 개에게 물려 패혈증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이 당했다면, 과거처럼 충분히 대중에게 잊힐 수 있는 사건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의 강화와 더불어 개를 키우고 있는 견주들의 사고방식이 개선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

영국, 스위스, 프랑스 등 유럽의 선진국들은 맹견에 대한 관리가 엄격하다. 영국은 법적인 허가를 받아야만 사육이 가능하고 스위스에선 면허 취득과 함께 정기적인 훈련을 받아야 한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도 의무 교육이 필수다.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개의 번식은 정부의 허가를 받은 전문가만 가능하고 분양 또한 엄격한 절차를 통해야 한다.

한국처럼 강아지를 사고파는 애견숍은 찾아볼 수가 없다. 집안을 제외하곤 아파트 복도든, 단지 내이든, 공원이든 외부에서 견주들은 반드시 개들의 목줄과 입마개를 해야 한다. 목줄과 입마개를 해야 한다는 규정만 지켜도 치명적인 피해는 줄어들 수 있다. 목줄과 입마개를 하지 않고 다니는 견주들을 체크하고 감시할 인력도 필요하다. 민원을 해결하고 범인 잡고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는 경찰에게 개를 데리고 외출한 견주들의 행동까지 관리, 감독을 요청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개를 데리고 외출한 견주들의 외부 행동을 관리, 체크할 인력을 확대하고 적발 시 과태료를 대폭 높여야 한다. 현재는 처분을 받는 경우 자체가 많지 않으며, 견주들에게도 철저한 사전 교육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개를 키우는 애견인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개에게 물려 사망하는 사고도 줄어들지 않을지 모른다. 당신의 개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남을 배려하고 이기주의를 버리면 견주들의 사고방식은 변화할 수 있다. 사람에게 상해를 입힌 개에게 안락사를 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안락사를 고민하기 전에 어쩌면 개들에게도 사회성을 주입하고 적절한 교육을 통해 주의를 주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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