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10월 23일 오후 4시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SLC물류센터 사고 현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옹벽 무너져 내려… 사망 1명·중경상 9명
토사 계속 쏟아져… 소방당국 계속 대기 중
건축 허가 시 ‘작업 안전 기준’은 없어 위험 도사려

[천지일보 용인=손성환 기자]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의 한 물류센터 건설현장에서 23일 옹벽이 무너지면서 매몰됐던 2명 중 1명은 숨지고 나머지 1명은 중상을 입었다. 사고 현장 주변에서 작업을 하던 8명도 파편 등에 맞아 경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이날 오전 10시 30분경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의 롯데건설E&C와 선경이엔씨가 시공 중인 SLC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 옹벽이 무너지면서 작업자 두 명, 배모(52)씨와 이모(50)씨가 매몰됐다. 이들은 옹벽 가설물을 해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소방당국은 현장에 출동해 배씨를 바로 구조했지만, 사고 발생 약 4시간 만에 발견한 이씨는 이미 숨졌다. 매몰됐다 구조된 배씨는 중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180㎝ 성인 키 11배 높이의 옹벽
이날 사고는 물류센터 건축물의 정면에서 왼쪽 옹벽이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옹벽은 높이가 20여m로 성인 키 180㎝의 11배에 이른다. 이러한 옹벽은 약 80m로 늘어서 있으며 이 중 절반가량이 무너져 내렸다. 

구조작업이 완료된 현장에는 무너진 옹벽과 경계면 산의 흙더미들이 쏟아져 있었다. 대형 굴삭기 1대도 옆으로 뒹굴고 있었다. 옹벽 붕괴 사고가 날 때 옹벽 위에 굴삭기 1대가 있었고 옹벽과 함께 굴러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흘러내린 흙더미 옆에 산에서는 여전히 토사물이 흘러내리고 있어 위험해 보였다. 사고 현장에는 소방재난본부 천막 2대가 설치됐고 소방대원 10여명이 있었다. 현장 소방대원 관계자는 “복구 작업을 마칠 때까지 대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구조작업 시에는 구급차 등 장비 10여대와 구조대원 50여명이 동원됐다. 

건축인허가, 작업 안전기준 없어
건축허가를 내준 용인시 건축행정과 관계자는 “건축 구조물에 대한 안전을 평가하고 건축 인허가를 내준다”면서 “현재로서는 경찰 조사 등 원인 파악 후에 미흡한 부분이 발견되면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건축 작업 중의 안전기준이 있는지에 대해서 이 담당자는 “작업 안전 기준은 별도로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의 현장대리인에게 연락을 취해 동일한 질문을 했지만 “현재로서는 답변 드릴 내용이 없다”고만 일축했다. 

정리하면 건축 전 안전 평가는 하지만 실제로 작업이 이뤄질 때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대비할 작업 안전 기준은 별도로 없는 것으로 보이며, 이에 사고가 발생할 위험 요소가 항시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은 현장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사고 경위를 조사한 뒤 안전조치가 미비했는지 등 법 위반 사항이 있으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형사 입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또한 사고가 일어난 물류센터에 전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현장 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 

사고 책임소재 파악뿐 아니라, 사고 당시 옹벽에는 대형 굴삭기가 올라가 있었는데 무게를 지탱할 만한 옹벽이었는지 이에 대한 작업 안전 기준이 있었는지, 옹벽 작업 시 작업자들이 취할 안전 기준이나 사고 발생 시 대피 요령 등이 있었는지에 대한 작업 안전기준 마련도 시급해 보인다. 

한편 사고 현장인 SLC물류센터는 대지면적 7만 4211㎡, 건축면적 1만 4761㎡, 지하 5층, 지상 4층 규모의 물류시설물이며, 공사기간은 2016년 4월 15일부터 2018년 2월 14일까지다.

▲ 23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SLC물류센터 건설 옹벽이 무너져 흙더미와 대형 굴삭기가 넘어져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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