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종철 기자] 한국교계는 지난해 8월 스위스 제네바 에큐메니컬센터에서 세계교회협의회(WCC) 10차 총회(2013년)가 부산으로 최종 결정된 후 9개월 간 갈등과 분열로 상처투성이다.

부산이 총회 개최지로 결정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총회 개최를 유치한 한국교회협의회(NCCK)에 축전을 보내, 국위를 선양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또한 언론사들은 ‘기독교 올림픽’ ‘아시아 기독교 중심에 섰다’ 등의 자부심을 드러냈고, 총회유치 감사예배에는 많은 정관계 인사들이 참석해 축하해줬다.

하지만 총회유치의 기쁨은 여기까지였다. 이후 총회유치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개인이나 신학대 교수들, 교단 등이 WCC 신학적 정체성을 문제 삼으며 WCC반대 대책위원회까지 만들었다. 이 대책위원회의 조직은 160개 교단과 28개 선교단체로 규모가 커졌고, 지난달 말 결의문과 성명서를 밝히며 총회유치를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한국교계는 9개월간 WCC를 바로 알기 위해 포럼, 세미나, 토론회 등을 열며 노력해왔다. 하지만 그 노력은 대화조차 할 수 없는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행사가 개별적으로 열렸고, 일방적인 한쪽의 주장만을 내세웠다.

지난달 말 기자가 참석한 160여개 교단장이 모인 행사에서도 ‘적그리스도와 싸워 이기자’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유일성을 부정한다’ 등을 외치며 유치를 성사시킨 교단 목회자들을 몰아세웠다. 이 모습을 보며 한국교계의 현실이 안타까웠다.

9개월간 충분히 대화의 장이 만들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대화를 포기하고 자신이 가진 가치관만을 내세운다면 어느 누가 사랑과 용서의 신앙인이라고 하겠는가? 서로 오해를 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공개토론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한국교계를 기대해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