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3일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중의원 선거 압승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출처: 뉴시스)

압승 배경… “북풍 몰이 효과” 한목소리
“대안 없는 선거… 야권 분열로 표 분산”
‘전쟁가능국가’ 개헌엔 “변수 많아 두고봐야”
더 나빠질 수 없는 한일관계 “변화 없을듯”
“대미 무역 등 협력할 어젠다 발굴도 중요”

[천지일보=이솜 기자]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표심으로 돌아왔다.

아베 정권의 자민당이 22일 실시된 총선거에서 압승한 배경에는 ‘북풍(北風)몰이’ 전략이 먹혔다는 게 중론이다. 북핵 위기가 불안한 마음을 자극해 안정적으로 정권을 유지해야한다는 자민당의 구호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사학스캔들로 한때 26%(마이니치신문, 지난 7월)까지 추락했던 아베 내각 지지율은 북한의 연이은 도발 이후 상승세를 탔다.

이와 관련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김영근 교수는 “결과적으로 보자면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자민당 압승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며 “실질적으로 아베 인기의 핵심은 북한 문제의 해결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민당 수뇌부가 동북3현 특히 1993년 자민당 붕괴의 실질적 기존 정치의 파괴자였던 이와테현의 오자와 이치로 자유당 대표의 표밭을 집중적으로 공략했음에도 불구하고, 오자와 당수가 이번 총선에서 다시 당선됐다는 것은 이번 선거 역시 진정한 정책대결의 결과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일본 자민당의 정치경제학, 즉 전후(戰後) '선거의 경로의존성'이 작동한 결과 자연스레 자민당 아베를 지지한 유권자들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아베 총리는 선거유세 때도 당초 국회 해산 및 총선 실시 명목으로 내세웠던 소비세 인상에 따른 재원 배분 문제보다는 일본인 납치문제를 비롯해 북한의 위협만을 강조했다. 선거전 초반에 비해 북한 납치문제에 대한 언급도 점점 늘렸다.

김 교수는 야권이 흩어져 자민당의 대안을 찾지 못한 국민들의 표가 분산된 것 또한 아베의 압승 요인으로 분석했다. 그는 “선거에서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됐다기 보다는 견줄만한 상대가 없는 선거를 치렀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으로는 “이번 총선에서 사학 스캔들 등 완벽하게 국내적 리스크를 완벽히 떨치고 완벽한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아베 총리가 구상한 전체 그림을 완성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중의원 선거 당선자 이름에 붉은 색 꽃을 붙이고 있다. (출처: 뉴시스)

총선 이후 아베 총리와 여권의 정국 장악력이 한층 강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그가 꾸준히 제시해 온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개헌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교수는 개헌세력 내에서도 이견이 있고 반대로 개헌 반대 논의가 어떤식으로 재점화 될 지 모르기 때문에 실제로 개헌 추진이 가속화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시각을 내비쳤다.

김 교수는 “아베 총리가 내년 9월 선거에서 재당선에 성공해 2021년까지 총리직을 맡게 된다 해도 4년 내 개헌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국민 뜻을 묻는 과정도 있고 중의원, 상의원도 거쳐야 하는데 일정이 단축된다 할지라도 완결 작품을 낼 수 있을까 싶다”고 분석했다.

또 “반(反) 아베 목소리가 어떻게 나올지, 개헌 반대 논의가 어떤 식으로 재점화 될지도 관건”이라며 “총선에서 이겼다고 바로 개헌 드라이브를 걸진 않을 것이고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실수도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총선 이후 한일관계로는 기존과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권 자체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사 문제를 방점으로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관계’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다만 내달 있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통해 한일 양국이 대북 압박 협력으로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재형 동아시아평화문제연구소장은 “한일관계는 지금이 최악이라서 더 이상 나빠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아시아를 방문해 한일과 동맹관계와 북핵 문제 협력 필요성을 강조한다면 관계가 좀 더 부드러워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한일 통화 스와프 등 경제적 협력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도 “이번 총선은 보수표를 결집 시킨 결과이기 때문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해서는 기존의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 역시 “현재 한일관계는 더 이상 나빠질 게 없다. 이미 주사위가 던져진 위안부 협상 등 과거사 부분에 대해서는 아베 정권은 손을 대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곧 심사되는 유네스코 위안부 기록물 등재에 대해서도 한일전이 이미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거사 부분 이외에는 협력하는 제스쳐들이 나올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한일이 동시에 안고 있는 문제는 북핵 리스크 외에도 많다”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 등 새로운 어젠다를 발굴해 양국이 어떻게 협력해 해결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과정도 관계를 개선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며 한일 양국 내정과 외교의 걸림돌을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한일 위기관리론’ 모델을 제시했다. 

한편 23일 아사히신문 1시 50분 중간 집계 결과 자민당은 총 465석 중 당선자가 확정된 457석 중 283석을 차지했다. 공명당이 확보한 29석을 합하면 연립여당의 의석은 312석으로, 개헌안 발의가 가능한 310석을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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