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휘성씨(왼쪽)와 염재호 총장(오른쪽). (제공: 고려대학교)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유휘성(79, 상학 58)씨가 23일 모교인 고려대학교에 서울 서초구 잠원동 일대의 아파트(시가 22억 상당)를 기부했다. 이번 기부는 2011년(10억), 2015년(10억)에 이어 세 번째다.

이번에 기부한 아파트는 유씨가 그의 자녀들을 키운 곳으로, 그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깃든 아파트다. 유휘성 교우는 이렇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아파트임에도 “돈은 온기가 있을 때 내야 하는 것”이라며 망설임 없이 고려대에 기부했다.

기부식에서 유씨는 “내 이름 석자 남기겠다고 기부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후배들이 사회 곳곳에서 중요한 인재가 되도록 쓰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기부금은 기초교육연구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염재호 총장은 “대학은 다른 조직들보다 더 많이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20~30년 후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학생들을 귀하게 키우겠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민족의 뜻에 따라 세워진 학교답게 인재들을 길러내겠다”고 화답했다.

고려대에 따르면 유씨는 13살에 한국 전쟁으로 부친을 여의고 고향 충북 진천에서 어려운 유년기를 보냈다. 그는 힘든 환경에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학업에 정진해 고려대 상과대학 상학과(현 경영대학 경영학과)에 58학번으로 입학했다. 졸업 후 1970년대에는 건축공사와 토목자재를 생산하는 조흥건설을 창업하고 힘든 상황을 끈기와 열정으로 극복하며 굴지의 기업가로 자수성가했다. 유씨는 인생막바지에 재산을 정리하면서 오랜 결심을 실천에 옮겼다.

“1970년대에 건축회사를 설립하고 사업을 키웠어요. 그때부터 고려대에 기부를 하리라 마음을 먹었습니다. 반포지효(反哺之孝)인 거지요. 고려대가 저를 이만큼 키워주었고, 고려대를 졸업했다는 자부심으로 사회에 나가서 자리를 잡았으니 학교에 신세를 많이 진 거지요. 다니던 캠퍼스가 제 마음의 고향이기도 하고요.”

유씨는 지난 2011년 고려대 신경영관 건립을 위해 10억원을 쾌척하며 기부의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그로부터 5년 뒤인 2015년에는 또 다시 10억원을 기부하며 남다른 고대 사랑을 드러냈다. 유씨가 2015년에 기부한 이 10억원은 그의 어머니와 할머니의 성함에 들어있는 ‘仁(인)’자와 본인 이름의 ‘星(성)’자를 따서 ‘인성장학기금’으로 명명됐다. 2016년 하반기,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12명의 학생이 이 ‘인성장학기금’의 첫 장학생으로 선정됐고, 지속적으로 연간 28명의 장학생을 선발해 생활비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유 교우는 기부를 통해서 스스로가 더 큰 기쁨을 얻는다며, 17세기에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고 알려진 경주 최부자의 예를 들어 기부의 참 정신을 강조했다.

“옛날에는 경주의 최부자 같은 사람들은 부를 사회로 돌려줌으로써 300년 동안 재산을 유지했어요. 선을 쌓았기 때문에 집안에 화가 없었던 거지요”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 선행을 쌓은 집에는 반드시 경사가 있다는 뜻으로, 유씨가 기부의 이유를 들며 인용한 ‘소학’의 한 구절이다.

유씨는 “바닷물을 다 마셔도 갈증은 해소가 안 된다. 돈도 마찬지다. 돈을 아무리 가지고 있어도 이제 더 필요 없다는 사람은 없다. 가지고 있으면 더 욕심이 나는 게 돈이다. 목숨을 나라에 내놓는 사람이 있다면, 저는 그 대신 돈을 사회에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는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사람이 별로 없다. 빌 게이츠, 데일 카네기처럼 큰 기부를 실천하는 사람을 본받아야 한다”며 “한국은 기부 문화가 없다고 본다. 많은 분들이 기부에 동참해 한국에도 기부 문화가 조성돼 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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