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지난해 11월 1일을 기준으로 탈북민 3만명 시대가 열렸다. 돌이 된 현재 벌써 3만 1천명을 넘어서고 있다. 근래 두 탈북민의 좌절과 실패를 보며 많은 탈북민들은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것은 단지 두 명의 범위를 넘어 3만 탈북민의 원대한 꿈과 통일 미래의 자화상을 흐리게 하는 가슴 아픈 일이기 때문이다. 먼저 남자 탈북민인 유태준 씨의 경우를 살펴보자. 살인미수 전과로 보호관찰 중 정신병원에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났다가 78일 만에 붙잡힌 탈북민이 두 번째 재입북을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에 있는 아내를 만나기 위해서라고 한다. 전남 나주경찰서는 19일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잠적한 혐의(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탈북민 유태준(48)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다.

 유씨는 지난 18일 오후 6시 35분쯤 인천시 남동구 원룸촌에서 경찰에게 붙잡혔다. 현장에 잠복 중이던 경찰은 훔친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는 유씨를 발견하고 검거했다. 나주의 한 정신병원에서 지내던 유 씨는 지난 8월 1일 오후 3시 36분쯤 발목에 차고 있던 전자발찌를 훼손한 뒤 종적을 감춘 상태였다. 유씨가 은신처로 삼은 원룸 옥탑방에서는 구명조끼와 오리발·스노클(물에 머리를 담근 채 숨을 쉴 수 있는 장비) 등이 발견됐다. 유씨는 스마트폰도 갖고 있었다. 유씨가 숨어 지내던 옥탑방에서 경찰이 압수한 수영 도구들. 유씨는 서해를 통해 재차 입북하기 위해 인천 월미도에서 사전답사를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밀집한 곳으로 인천 남동경찰서 구월지구대에서 불과 1분 거리였다. 이번 사건 신고 보상금으로 1000만원을 내건 경찰은 코앞에 유씨가 살고 있었지만 까맣게 몰랐다. 유씨는 경찰에 붙잡힐 당시 “OOO들 왜 죄 없는 사람 잡고 그러냐”며 저항했다고 한다. 유씨는 경찰에서 “정신병원에서 도주한 직후 서울·경기 지역에서 생활했다”고 진술했다. 서울 구로구, 경기도 부천·안산을 거쳐 인천에서 숨어 지냈다. 공사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유씨는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난 이유에 대해 “북한에 있는 아내를 만나러 가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또 인천 월미도에서 서해를 통해 북한에 가려고 사전답사까지 했다고 진술했다. 피해망상 증세가 있는 유씨는 “국가정보원과 남한 정부가 불법으로 나를 감금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유씨는 1998년 12월 탈북했다. 그러나 2000년 6월 중국을 거쳐 다시 북한으로 돌아갔다. “북한에 남아 있는 아내를 데려오겠다”면서다. 재차 탈북해 2002년 2월 한국땅을 밟은 유씨는 2004년 7월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김정일 장군님 품으로 돌려보내 달라”며 1인 시위를 했다. 그해 10월 자신의 아들 양육 문제로 말다툼 끝에 이복동생을 흉기로 찌른 혐의(살인미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치료감호 10년 처분을 받았다. 국정원이 자신을 납치했다며 망상 증세를 보이던 유씨는 치료감호 기간이 끝나고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지난해 3월부터 전자발찌를 찬 채 병원에서 보호관찰을 받아 왔다. 유씨가 검거되면서 경찰의 부실 수사도 드러나고 있다. 유씨는 “전자발찌 훼손 당일 병원 뒷산으로 도주해 숨어 있다가 다음날 오전 산에서 내려와 대중교통을 이용해 상경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도주 첫날 병원 뒷산을 수색하지 않고 주변 도로 수색에 집중했다고 한다. 유씨는 일용직으로 일하며 번 돈을 받을 때 필요한 통장을 지난달 7일 발급받은 사실이 포착되면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관련 영장을 발부받았지만, 수사 초기에만 유씨의 금융 거래 내역을 확인하다가 이달 초에야 다시 파악에 나서 뒤늦게 유씨를 검거했다.

또 한 명의 실패 탈북민은 당연히 지난 4월 북한으로 탈남하여 평양에서 벌써 두 번이나 언론에 출연해 대남 비방을 일삼은 임지연이다. 그는 중국을 거쳐 한국에 입국한 후 나름대로 TV에도 출연하는 준 연예인 생활을 했으나 허황된 꿈을 꾸며 채무와 마약 등에 연루되면서 일약 보따리를 싸들고 북으로 되돌아 간 실패작의 주인공이다. 북한에서 태어나 전체주의 교육을 받고 폐쇄된 생활을 하던 탈북민이 갑자기 대한민국의 자유와 행복에 쉽게 적응하기는 간단치 않다. 어떻게 보면 3만 탈북민은 이 나라에서 육체적으로는 성인이되 정신적으로는 유아기라고 보는 일부 견해가 정확할런지도 모른다. 따라서 정부의 책임이 크다. 말 그대로 그들은 ‘먼저 온 통일’이지만 지난 시기 정부의 탈북민 정책은 ‘먼저 온 실패’를 양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탈북민들은 탈북자 중심의 정착정책을 원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들의 목소리를 수렴해 부디 성공적인 탈북자 정책을 펴 나가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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