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종교개혁 500주년 맞아 학술대회
한국교회 학술단체 대거 참여해
한목소리 냈지만 사실상 대안은 無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신학자들로 구성된 학술단체들이 보수-진보를 넘어 한자리에 모였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한 주 앞두고 한국 개신교 신학자들은 선언문을 내고 종교개혁자들의 유산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겠다며 모든 교회의 일치와 연합이 시대적 과제라는 데 목소리를 모았다.

개신교 신학자들은 지난 20~21일 경기도 곤지암 소망수양관에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공동학술대회를 진행했다. ‘종교개혁과 오늘의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학술대회에는 한국복음주의신학회(회장 심상법 교수), 한국기독교학회(회장 노영상 교수), 한국개혁신학회(회장 김재성 교수), 종교개혁500주년기념사업회(대표회장 이종윤 목사)가 공동 주최했다. 또 한국루터학회(회장 엄진섭 교수), 한국칼빈학회(회장 박해경 교수), 한국웨슬리학회(회장 김홍기 교수), 한국장로교신학회(회장 이승구 교수)가 협력하고, 한국연구재단이 후원하는 등 진보-보수 신학단체들을 총 망라했다.

보수-진보 신학자들은 서로 신학 노선이 달랐지만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한국신학자 선언문’을 통해 한 뜻을 전했다.

신학자들은 “종교개혁 500주년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하는 한국의 신학자들과 참가자들은 마르틴 루터가 1517년 10월 95개조 조항을 발표했던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며, 종교개혁의 신앙적 유산을 재조명 하면서 새로운 다짐과 각오를 한다”며 “종교개혁자들이 교회의 회복과 사회적 갱신을 통해 교회와 사회를 개혁코자 했던 것을 기억하며, 우리도 근본으로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종교개혁자들이 그릇된 신학과 전통에 맞서 오직 성경 말씀의 권위에 의존해 변질된 교리와 잡다한 종교적 허상들을 벗겨내고 기독교의 복음을 제시하려 했던 개혁정신을 창조적으로 계승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오직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중보자가 되셔서, 구원의 계획을 이루시기 위해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시어 승천하셨음을 고백했던 종교개혁자들의 신앙을 계승해 나갈 것”이라고 신학적 정체성을 강조했다.

또 신학자들인 “종교개혁자들이 오직 하나님의 은총에 근거해서 죄로 인해 타락한 인간들이 하나님의 진노하심으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음을 말했다”며 종교개혁자들의 기독교 복음에 대한 확신을 세상과 교회를 향해 선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학자들은 종교개혁자들의 구원론에 대해 ‘인간이 성취한 내용과 종교적 업적이 없을지라도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마음으로 믿어 고백하는 믿음을 통해 죄의 용서와 성화, 구원이 주어진다’고 설명하며 “종교개혁자들의 복음 선포가 지금도 유일한 소망”이라고 확신했다.

또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이뤄지도록 힘썼던 정신도 계승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선언문에서 특히 눈에 띄는 내용은 신학자들이 교파를 초월해 모든 지상 교회들이 일치와 연합을 위해 힘쓰는 것이 시대적 과제라는 점을 확인했다는 사실이다. 신학자들은 “종교개혁자들이 상호 존중하였으며 진리를 회복하여 교회를 바로 세워나가고자 연합과 일치의 노력을 경주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그리고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악과 부패에 맞서 정의로운 평화를 위해 노력하며, 자신과 주변을 계속적으로 갱신하기 위해 날마다 선한 싸움에 힘쓸 것”이라며 “우리는 이 땅 위에 주님의 샬롬(평화)을 성취하기 위해 국가 간의 폭력, 특히 오늘의 한반도에 드리워진 핵전쟁의 위기를 끝내야 하며 불의한 사회 상황이 가져오는 폭력과 또 자연에 대한 폭력으로서의 생태계의 파괴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밖에도 신학자들은 모든 교회들이 영광의 신학을 추구하는 목회 철학과 개교회 중심주의, 성장주의, 권위주의 등을 내려놓는 것이 오늘의 과제라는 점을 강조하며 “작금의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의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함과 동시에 각종 증오와 갈등을 사랑으로 감쌀 책임이 기독교인들에게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보수-진보 신학자들은 한국개신교가 추구하는 공통적인 신학에 대한 개괄적인 선언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뒀지만, 교단마다 다른 신학적 추구 노선으로 불협화음의 여지는 남겨두고 있다.

이번 선언문에서는 ‘모든 지상 교회들이 일치와 연합을 위해 힘쓰는 것’을 시대적 과제라는 점을 확인하고 한반도의 평화, 각종 증오와 갈등을 사랑으로 감쌀 책임이 기독교인에게 있다는 점을 주지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천방안이나 대안이 없어 허공을 치는 메아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개신교 내에서도 성적소수자·이슬람 등 사안은 ‘뜨거운 감자’로 진보-보수 신학자들 사이 논란이 분분하다. 한 성경을 두고 다른 교리적 해석차로 발생하는 갈등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에 이번 선언 이후 신학자들이 선언문의 내용을 실천하기 위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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