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촬영범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몰카’ 적발 5년 새 3배 급증
인터넷 유포 시 단속 어려워
“성숙한 시민의식 가장 중요”

[천지일보=김빛이나·임혜지 기자] #.1 지난 8월 C그룹 금융계열사 보험사 과장 A씨는 서울 여의도 인근에 있는 한 식당 여자화장실에 ‘초소형 몰래카메라(몰카)’를 설치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6월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회식이 열린 식당뿐만 아니라 회사 워크샵이나 세미나가 진행되던 리조트 내 여자 화장실에도 몰카를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촬영본에는 회사 여직원은 물론 다른 손님들의 모습까지 찍혀있었다.

초소형 카메라,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일상 속 ‘불법촬영범죄’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경찰이 불법촬영탐지기를 도입하고 취약지역에 대한 집중순찰을 실시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성숙한 시민의식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20일 경찰청 자료를 살펴보면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의 적발 건수는 2011년 1535건에서 2016년 5185건으로 5년 사이 3배 넘게 급증했다. 올해도 7월말까지 3286건이 발생해 불법촬영범죄는 급격하게 늘고 있다.

심지어 초소형 카메라를 탑재한 시계, 안경 등의 생활용품 범죄도구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경찰은 단속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이 불법으로 촬영된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유포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경기도에 살고 있는 B씨는 지난 9월 화장실을 이용하는 자신의 모습이 나오는 영상을 인터넷을 통해 접하면서 몰카에 찍힌 사실을 알게 됐다. B씨는 수백만원을 들여 영상 삭제에 나섰지만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는 영상을 막기엔 역부족 이였다.

현재 B씨는 모자와 마스크 없이는 외출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정서적 불안감과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사귀던 이성의 사적인 영상을 몰래 촬영해뒀다가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하는 방식의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사생활 촬영물)’의 피해도 급증하는 추세다.

최근 정부는 이 같은 불법촬영범죄에 대해 몰카 판매 규제부터 범죄 관련 예방에 이르는 범죄 개선 방안을 총 6단계로 구분해 22개의 과제로 정리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종합대책에는 ▲변형카메라 수입·판매업 등록제 도입 및 이력정보시스템 구축 ▲방송통신심의의원회 ‘FAST TRACK’ 마련 ▲전문탐지장비 추가 보급 및 몰카 점검 서비스 제공 ▲불법영상물 3대 공급망 단속강화 ▲상습적인 몰카 촬영유포 사범 구속수사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시민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시민은 몰래 촬영된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겐 심각한 성폭력이라는 것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며 “시민 스스로가 불법 촬영된 영상을 소비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예원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도 “불법촬영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지 않는 것은 물론 옆 사람에게도 건네지 않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불법촬영영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중단시킬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커져야 한다”고 말했다.

불법촬영의 주의를 강조한 신근욱 부산사상경찰서 경무계 순경은 “불법촬영은 공공장소·대중교통·숙박시설 등 일상 속에서 누구나 당할 수 있다”며 “이러한 불법촬영범죄를 막기 위해선 시민의 관심과 제보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불법촬영범죄)는 적발 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 의거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현재 불법 촬영 범죄자의 이름, 주소 등 신상정보도 공개하고 있다.

불법촬영피해를 당하거나 목격했을때는 112(경찰)나 1366(여성긴급전화)으로 신고하거나 스마트 국민제보앱을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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