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곡선사박물관 내 인류의 진화 과정 모형 전시. ⓒ천지일보(뉴스천지)

사적 제268호 연천전곡리유적
인류의 모형들 표정과 눈빛 실감나
5천년 얼음 미라, 발견 당시 그대로
포토존 있어 선사시대로 돌아간 기분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가을 초입을 지나 10월에 들어서면서 쪽빛 하늘이 더 푸르다. 이번에는 수려한 자연경관이 일품인 연천을 향했다. 서울에서 차로 1시간 30분가량 달려 연천의 대표적인 여행지 중 하나인 연천 전곡리 ‘선사유적지’에 도착했다. 이곳은 구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의 재미를 톡톡히 느낄 수 있다.

전곡리 선사유적지는 전곡 시가지 남쪽, 한탄강이 감싸고 도는 현무암 대지 위에 자리하고 있다. 관람료도 1000원밖에 들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선사유적을 둘러볼 수 있다. 선사유적지에 들어서는 순간 “와우 넓다”라는 첫마디가 절로 나온다. 그 규모만 무려 77만 8296㎡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구석기 유적을 대표하는 곳 중 하나다.

▲ 전곡선사박물관 상설전시관 입구에 설치된 연천 전곡리 유적에서 발견된 최초의 주먹도끼들. ⓒ천지일보(뉴스천지)

◆선사 유적의 보고(寶庫) 연천 전곡리

한탄·임진강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경기도 연천의 선사유적지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는 전곡리유적방문자센터가 눈에 들어온다. 방문자센터 관람 동선이 독특하다. 지하층으로 내려가는 길이 어둡게 조성돼 있는데 막다른 길에는 구석기인들이 찾아온 이들을 반기는 듯하다.

바닥에는 연천지역을 흘러가는 한탄강과 임진강의 물줄기를 재현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복도 벽면에는 선사시대에 살았던 동물들의 모습을 재현돼 있어 관람자들의 흥미를 더한다. 센터 해설가가 한탄강 주변의 지질형성 과정의 동영상과 함께 한탄강을 중심으로 연천지역의 구석기 유물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면서 방문자의 이해를 돕는다. 센터 안에는 작은 카페가 마련됐다.

방문자 센터를 나오면 본격적으로 전곡리 선사유적을 만나 볼 수 있다. 이 주변에는 한탄강 유적지, 어린이교통랜드, 오토캠핑장이 한곳에 모여 있다. 당일코스 가족여행지로 괜찮은 곳이기도 하다. 주말이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는 가족들과 일상을 벗어나 휴식과 힐링을 즐기려는 나들이객들로 북적인다.

▲ 관람객들이 연천전곡리유적지 내의 전시관과 포토존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팸플릿에는 유적지 전경이 자세히 나와 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코스를 정하면 된다. 숲으로 둘러싸인 유적지를 산책하듯 감상한 후 박물관으로 향하는 것을 추천해 본다. 유적지 코스로는 전곡선사박물관, 토층전시관, 선사체험마을, 구석기생활상 복원존, 구석기 산책로, 발굴피트 전시관 등이 있다.

큰길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여러 조형물이 있다. 나들이객들이 구석기인, 매머드, 대형 물거미 등의 모형에서 추억의 사진을 담는다. 더 가다 보면 장승들 뒤로 토층전시관과 선사체험마을이 보인다.

토층전시관 내부에는 유적지 발굴 당시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설명과 함께 있다. 발굴 현장을 그대로 재현해 두었다. 바닥에는 발굴 당시의 좌표와 그 자취를 표시해 놓았다. 측량 동구 및 발굴 인물들도 소개하고 있다. 옆에는 작은 전시 유물관이 있어,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이 유적 발굴에 관한 정보를 학습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토층전시관 앞마당에는 선사체험마을이 조성돼 있다. 구석기 배움터·활쏘기, 구석기 제작 및 집짓기도 할 수 있다. 다채로운 체험프로그램은 따뜻한 봄철을 시작으로 가을까지 진행된다(프로그램마다 운영일과 시간이 다르다). 사냥 체험을 할 수 있는 구석기활쏘기는 전문가의 시연과 전통 방식의 실제 활을 쏘아 볼 수 있다. 구석기 발굴체험과 의상체험(원시복)은 색다른 경험과 추억을 만들지 않을까 싶다. 프로그램 시간과 맞지 않아 직접 체험을 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곳곳마다 포토존이 있어 소중한 시간과 재미를 즐길 수 있다.

▲ 관람객들이 전곡선사박물관 내에 설치된 5000년 전 얼음미라 외씨 모형을 바라 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시간의 신비 담아낸 ‘은빛 타임머신’

2011년 4월 25일 전곡리유적지 내 전곡선사박물관이 개관됐다. 지난 9월 1일부터 무료로 완전 개방하고 있다. 전곡선사박물관의 외관은 양쪽 언덕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곡면형으로 우주선 같은 모형이다. 마치 은빛 타임머신을 타고 구석기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다양한 전시물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상설전시물과 기획전시물이 나뉘어 전시돼 있다.

1층 상설전시관은 ‘시간여행’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관람객들은 바닥에 표시된 ‘시간의 선’을 따라 전시실로 들어서 둘러보면 된다. 1978년과 1979년 연천 전곡리 유적에서 발견된 최초의 주먹도끼들이 전시돼 있다. 학생들과 어른들도 신기하듯 자세히 들여다본다.

몇 걸음을 떼면 700만~1만년 전 원시인류의 조상들이 늘어서 있다. 700만~600만년 전에 활동한 투마이를 시작으로 루시와 루시앙, 얼굴이 넓적한 파란트로푸스 보이세이, 호모 하빌리스와 호모 루돌펜시스가 차례로 서 있다. 이어 허리를 곧게 편 인류인 호모 에렉투스와 호모 사피엔스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인류의 모형들은 표정과 눈빛이 살아 있는 듯 생생하다 보니 관람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특히 5000년 전 얼음 미라 ‘외씨’도 발견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서 신비함을 더하고 있다. 기획전시인 선사시대 화석 동물전도 ‘선사시대에는 어떤 동물들이 살았을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빙하기를 대표하는 매머드, 동굴곰, 쌍코뿔이, 검치호랑이, 원시 말 화석 등이 전시돼 있다. 관람객들이 연신 셔터를 누른다. 동아시아 한반도의 첫 인류가 남긴 주먹도끼에서부터 우리나라 최초의 디자인 작업을 한 빗살무늬토기, 청동기시대의 날카로운 칼 등 교과서에 수록된 유물들도 선보이고 있다.

▲ 전곡선사박물관 내 매머드 조형물. ⓒ천지일보(뉴스천지)

◆ 미군이 우연히 발견한 구석기 주먹도끼

전곡리선사유적은 어떻게 발견되었을까. 1973년 3월 미국 인디애나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주한 미군 그렉 보웬은 한탄강유원지를 여행차 들렸다가 우연히 지표에서 구석기시대의 석기들을 발견, 주목받게 됐다. 보웬이 가져온 석기들을 처음 본 서울대학교 김원룡 교수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곧바로 김 교수는 영남대 정영화 교수와 함께 발굴조사에 들어가, 이 석기들이 아슐리안계 구석기 유물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세계 고고학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발견이었다. 1978년 주먹도끼와 가로날 도끼 등 아슐리안형 석기의 발견 이후 2011년까지 17회 이상의 발굴조사를 진행, 대략 8500여점 이상의 유물이 채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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