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사진들은 1935년에 일본이 촬영한 금강산 사진이다. 일찍이 금강산의 가치를 알았던 일본은 관광산업 수출자원으로 활용하고자 마케팅을 위해 당시 금강산 구석 곳곳을 다니며 접근촬영을 해 자료를 남겨 책자로 만들었다. 책자는 ‘명산 일만이천봉 금강산’이란 타이틀로 일어와 영문으로 동시에 소개돼 있다.

이는 기록사진수집가인 정성길 명예박물관장이 수집한 것으로, 비록 흑백사진이지만 지금보다는 금강산이 덜 훼손된 모습들이기 때문에 귀중한 자료다.

 

▲ 강원 통천군 해금강 북부 앞바다에 있는 총석정구역의 사선봉과 주변 모습. 아마도 총석정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촬영한 사진인 듯하다. (제공: 정성길 명예박물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사선봉에 밀려 정자는 찬밥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해금강 북부지역의 명승지들을 포괄하고 있는 총석정구역 중에서 총석정(叢石亭)에 대한 사진을 소개한다. 사진들은 총석정을 여러 각도에서 남긴 모습들이다.

강원 통천군 앞바다에 있는 총석정구역은 신비로운 명소로 불리고 있는 총석정과 금란굴이 있다. 특히 바다 위에 6각 수정기둥들을 묶어 총총하게 세운 듯한 바윗돌이 우뚝 서 있으며, 그 옆에 총석과 언덕이 뭉쳐져 있는 절벽 위에 정자가 세워져 있다. 그래서 이름이 총석정이다.

총석정은 삼일포와 함께 관동팔경에 포함된 명승지다. 참빗살처럼 촘촘히 늘어선 돌기둥들은 하나같이 모가 반듯하고 미끈하게 생겨서 마치 인공적으로 정교하게 다듬어 놓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빼어나다. 수많은 돌기둥들이 서 있거나 누워 있는데 그중 4개의 거대한 사선봉이 총석정의 으뜸 경치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총석정에 대해 “천 번을 다듬고 만 번을 깎아 기교를 부려 조물주가 솜씨 자랑을 마냥 해놓았다”며 그 절경에 극찬하는 말을 남겼다.

고려 말 문인 안축 역시 “실로 모든 것이 기괴하고 이상하다. 재주 있는 공인이 정으로 쪼아서 만든 것이 아니요, 천지가 생긴 시초에 원기가 모여서 이뤄진 것으로, 그 타고난 형상의 공교함이 이렇게도 이상하니 괴이하다고 할 만하며, 이 돌의 기괴한 것은 실로 천하에 없는 일이요, 이 정자만 가진 물건이라. 총석이라 이름 지은 것도 알맞은 것”이라고 ‘총석정기’에 남겼다.

실학자 연암 박지원도 총석정에서의 해돋이와 달맞이의 장관을 노래하기도 했다. 관동팔경 중에서도 대다수가 총석정을 으뜸으로 꼽았으며, ‘통천금강’이라 부를 정도로 해금강 중에서 또 하나의 ‘해금강’이었다.

이 때문인지 일제가 남긴 90여장의 사진 중에서 유독 총석정의 사진이 가장 많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일본이 당시 촬영할 때 사선봉을 위주로만 찍어 총석정은 찾아보기 어렵다. 1~2장에서 총석정이 멀리 잡혀 윤곽만 겨우 보일 정도다. 총석정에서 바라보면서 찍은 듯한 사진도 보이며, 찍는 각도에서 사선봉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사진도 있다.

결국 사선봉에 밀려 총석정이 뜻하지 않게 찬밥 신세가 된 셈이다. 아마도 사선봉의 절경에 매료돼 정자(총석정)는 안중에도 없었던 게 아닐까.

▲ 사선봉 위에 자란 소나무의 모습도 보인다. (제공: 정성길 명예박물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 사선봉 뒤쪽으로 멀리 총석정의 모습이 작게 보인다. (제공: 정성길 명예박물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 작은 배를 타고 총석정 해안가로 몰려드는 모습이 보인다. (제공: 정성길 명예박물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 사선봉 뒤쪽으로 멀리 총석정의 모습이 작게 보인다. (제공: 정성길 명예박물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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