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지하철. (출처: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

서울교통공사, 8월 ‘24시간 운행’ 연구용역 발주
심야시간대 이용객 적어 운영적자 커질 가능성
시설·안전점검 시간 확보 어려워 안전성 우려도
이미 심야버스 운행… 택시 “누가 택시 타겠나”

[천지일보=박정렬 기자] 서울 지하철 24시간 운행 방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시민 편의 제공이라는 의견과 반대로 비용·안전성 문제를 고려하면 실익이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8월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24시간 운행’ 타당성을 살펴보겠다며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12월에 용역 결과가 나오면 각계의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이다.

17일 서울시 국정감사 현장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하철 24시간 운행 문제는 단순하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며 “비용, 차량관리 등 제반문제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결정할 문제”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하고 있고 박원순 시장도 친노동 정책을 많이 내놓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기조 속에서 나온 24시간 지하철 운행 검토에 대해 한 네티즌은 “일하고 새벽에 돌아가는 게 당연시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지하철 24시간 운행이 시행되면 차량 운전, 안전점검 관련 인력들의 노동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인력이 부족해 시설점검 주기가 늦춰지고 최소 인력으로 과도한 점검·보수를 감당하고 있다는 것이 서울지하철노조 관계자의 말이다.

▲ 서울 지하철 선로 심야 청소작업. (출처: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
▲ 서울 지하철 시설물 점검. (출처: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

열차 운행이 종료된 후부터 첫차 운행 전까지 밤 사이 시설물 점검, 열차 점검이 이뤄지는 현실에서 선로를 비롯해 각종 시설을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지 않고 24시간 운행을 했을 때 안전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이 문제 때문에 서울교통공사도 지난 3월 지하철 안전 대책을 발표하면서 ‘현재의 심야 운행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몇 개월 사이에 ‘24시간 운행 검토’로 입장이 바뀌었다.

서울시는 심야 시간대 시민편의를 위해 이미 심야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서울시의 심야버스를 이용한 승객은 1100만여명으로 집계됐다.

택시 입장에서는 심야버스 쪽으로 손님이 많이 이동해 힘들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설상가상으로 지하철이 24시간 운행된다면 누가 택시를 타겠냐는 것이 택시업계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2016년 지하철 누적 결손은 7조원에 이른다. 노인 무임 승차 등 공공성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은 있지만 24시간 운행이 지하철 운영 적자 해소에 도움이 되리라는 의견은 적다. 자정부터 새벽 1시까지 시간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은 2만여명으로 해마다 61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 서울메트로 보안관. (출처: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

심야 시간대에는 이용 승객이 더 적을 가능성이 큰데 운행 인력, 안전인력, 환경미화·안내 등 역사 내 서비스 인력 배치는 승객수에 비례해 줄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한 심야 시간대 취객 등에 의한 볼썽사나운 광경이 지하철 안에서 펼쳐질 것에 대한 염려도 안할 수 없다.

서울 지하철 24시간 운행은 시민편의 제공과 함께 경제성·안전성, 노동조건 등 다각적인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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