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감신대학교 학내 게시판에 학생비상대책위원회가 설치한 부고 대자보가 붙어 있다. 부고 대자보에는 붉은 동그라미가 학생비대위 위에 그려져 있고 그 위에 ‘Antichrist’라고 써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일부 신학생들, 두 신학대학교 사망선고
감신대 총장실 앞엔 바리케이트 설치되고
한신대 신학생 33명은 집단 자퇴서 제출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26. 신학교가 이사회와 이사장만의 것이 된다면 그것은 신학교라기보단 이사장학교로 불러야 할 것이다. 그런 고로 감리교신학대학교는 이규학대학교로 이름을 바꾸는 것을 검토해보길 바란다.’

‘27. 한신대 역시 이극래대학교로 이름을 바꾸는 것을 고려해보길 바란다. 총신대와 침신대도 원한다면 그와 같이 할 수 있겠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신학교의 부패 청산과 개혁을 부르짖었던 신학생들이 지난 6월 한국교회를 향해 내걸은 ‘신학생시국연석회의 96개 논제’ 중 일부다. 당시 감신·장신·한신·서울신학대 등 신학생으로 구성된 신학생시국연석회의는 서울 광화문 감리교본부에서 한국교회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5가까지 행진하며 개혁 의지를 표출했다. 이후 네 달 가까이 지났지만 신학생들과 학교 측의 극적인 합의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반면 시위의 주축이 됐던 감리교신학대학교와 한신대학교는 최근 더욱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다. 총장을 선출한 학교와 학생들 간 골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달 추석 연휴 직후인 10일 감신대학교이사회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고 김진두 목사를 총장으로 선출했다. 또 유지이사 3명을 선임하고 연회파송이사에 대해서도 교육부승인 결의를 했다.

이사회 결과는 학내 반발을 일으켰다. 그동안 총장 직선제를 요구했던 학생들은 이사회가 열린 호텔을 찾아와 ‘합의 없는 날치기 이사회’라고 비판했고, 9인 이사회 관계자는 이사회 무효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 이후 감신대학교 곳곳은 신임 김진두 총장을 거부하는 메시지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17일 감신대 총장실로 향하는 길목은 의자와 책상 등으로 만든 벽이 통행을 막았고, 종합관 곳곳에는 이규학 이사장과 김진두 총장을 규탄하는 벽보가 붙어 있었다. 학생비상대책위원회는 심지어 감리교신학대학교가 별세했다는 내용의 ‘부고’도 게시판에 붙었다.
 

▲ 17일 감신대 총장실로 향하는 길목에 총장 사퇴를 촉구하는 학생들이 설치해놓은 바리케이트. ⓒ천지일보(뉴스천지)

감신대 학내에는 신임총장을 반대하는 측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학생비상대책위원회의 규탄 벽보 곳곳에는 이들을 ‘안티’ 세력으로 비난하는 빨간 글씨의 메시지가 그 위에 덧씌워졌다. 감신대 교정에는 학생들의 총장 거부 메시지와 상반되는 전국대학노동조합 감리교신학대학교지부의 플래카드도 걸려 있었다.

한신대학교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총장직에 부적합한 총장을 선임한 이사회 결의를 따를 수 없다며 신학생 33명이 최근 자퇴서를 학교 측에 제출했다.

신학생들은 지난 11일 연규홍 총장이 학교 홈페이지와 교단 홈페이지 등에 올린 입장문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연 총장이 입장문에서 민주적 대학 운영과 적폐청산, 한신 개혁을 약속하고 있지만 이는 모두 연 총장 본인이 원인을 제공한 문제들로 연 총장의 퇴진으로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도 “이사회는 지난 2016년 우리의 손으로 선출한 총장 대신 가장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총장을 선임했다”며 “한신에서 더 이상 신학의 의미를 찾을 수 없기에 자퇴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한신대 갈등은 전임 채수일 총장 사임과 함께 시작됐다. 학생·교수 등 학내 구성원은 작년 1월부터 민주적 절차를 밟아 총장을 선출하자고 요구해왔지만, 이사회는 총장 선출 권한은 ‘이사회’에 있다며 총장 선출을 진행했다. 작년 9월 총장 인준이 부결돼 신학생들은 총장 교체를 기대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총회에서 결의한 사퇴 촉구안을 무시하고, 또다시 학내 구성원의 의견 수렴 없이 연규홍 교수를 총장으로 선임했다.

이에 한신대 신학생들은 “결국 9월 21일 102회 총회에서 인준됐다”며 “우리의 자랑, 한신은 죽었다”고 자체 사망선고를 내렸다. 그리고 총학생회와 별도로 활동하고 있는 ‘민주한신을 위한 신학대학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9일 밤늦게 회의를 열고 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한신대 총학생회는 오는 23일부터 26일까지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하고 연 총장의 불신임에 대한 여론을 수렴할 예정이다. 그 결과에 따라 향후 총장 거부운동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감신대와 한신대는 학교 측과 학생 간 대화와 협의가 극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한 당분간 양측의 갈등의 골은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6월 신학생들이 마틴 루터의 95개조 반박문과 같은 형식으로 게시한 ‘신학생시국연석회의 96개 논제’는 신학교들의 말뿐인 회개, 교회 안의 성차별, 신학교 이사진 권력 남용, 재정사용, 신뢰도 꼴지, 질적 수준이 낮은 성경공부를 꼬집고 있다. 또 이에 따른 맹목적인 믿음에 따른 열광주의와 기복신앙을 지적했다. 아울러 사회적 아픔 외면하는 행태와 단편적인 청년정책, 타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언동의 범람 등을 비판했다. 

▲ 17일 감신대 교정에 학생들의 총장 거부 메시지와 상반되는 전국대학노동조합 감리교신학대학교지부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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