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과 국제사회 비난 고조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던 국제구호선이 지난달 31일 새벽 이스라엘 특공대의 공격을 받아 승선자 10여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중동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이달 초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중단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을 재개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협상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에 이번 참사가 빚어지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협상에 악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아랍권뿐만 아니라 서방국의 비난이 쏟아지는 등 이스라엘이 외교적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이스라엘 해병 특공대가 오전 5시(현지 시각)경 가자지구로부터 130km 떨어진 공해상에서 항해 중이던 구호선에 승선하면서 시작됐다. 이스라엘 해병 특공대는 구호선단 6척의 가자지구 입항을 저지하려고 이들 선박에 들이닥치는 과정에서 승선자들과 충돌했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은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을 이스라엘에 의한 ‘학살’이라고 규정, 대이스라엘 투쟁을 선포했다.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은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전달하려던 선박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 행위를 인도적 임무수행에 대한 ‘범죄’라고 비난했다.

유럽과 국제사회도 우려를 나타냈다. 스페인·스웨덴 정부는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불러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대해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유럽연합의 캐서린 애슈턴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로 구호품이 전달될 수 있도록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통행을 허용하라”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캐나다를 방문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희생자와 부상자 발생에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고 백악관이 전했다.

로이터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교착 상태에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협상 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졌다”고 전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