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교수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이 행복하고, 삶에 행운이 따르기를 원한다. 그래서 종교로부터의 구원, 복권 구입, 또는 폭넓은 인간관계 형성 등을 통해 행복이 보장되고 행운이 나타나기를 원한다. 그런데 참된 행복을 얻고 행운이 따르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사심이 없어야 한다. 거액의 복권에 당첨됐던 사람이 얼마 안 돼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있다. 왜 그런가. 사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과 복권 당첨을 가치 있게 여기지 않은 탓이다.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데는 사심이 없어야 한다. 아울러 사심 없이 베푼 ‘친절’ ‘나눔’은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는다. 당연한 말이다. 건강한 자아상을 구현하는 것 또한 사심이 없는 데서 생겨난다.

인간은 공통적으로 존중과 존경을 받고 싶어 한다. 그것은 어떤 한 면에만 국한돼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어려운 이웃, 소외된 계층이 꽤 많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적인 면, 신체적인 면, 인간관계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때로는 이들을 방치함으로써 사회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이들을 돕는 것을 외면한다거나, 돕는 데 인색해서는 안 된다. 또 돕는 데 있어서 핵심가치로는 겸손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아무런 어려움이 없는 높은 행복지수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거의 없다. 앞만 보고 달린 성공한 사람의 삶이 행복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대가를 바라지 않은 인간 존중의 자세야 말로 행운과 행복을 가져다 준다 하겠다.

1993년 10월부터 1997년 2월까지 제16대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제임스 레이니(James T. Laney)’를 보자. 그가 에모리대학(Emory University)에서 교수로 일할 때, 출퇴근 시 교통수단으로 주로 자전거를 이용했다. 특이한 점이라면 누구에게나 먼저 다가가 친절하게 인사를 했다. 또 다른 사람을 도울 때는 따뜻한 마음과 행동으로 실천에 옮겼다. 그러던 중 늘 벤치에 혼자 앉아서 쓸쓸히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한 노인을 보게 됐다. 그는 노인에게 자신을 소개하면서 급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부탁했다. 왜냐하면 노인과 대화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 듯했기 때문이다. 그 후 그들은 돈독한 우정을 쌓게 됐으며, 이러한 관계는 노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날까지도 지속됐다.

노인의 장례식에 참석한 레이니는 깜짝 놀랄 사실을 발견했다. 그 노인이 로버트 우드러프(Robert Woodruff)라는 ‘코카콜라’의 창업자이자 회장이었던 것이다. 그의 유서에는 레이니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낸 것 외에 놀라운 내용이 담겨 있었다. ‘2년이 넘도록 레이니는 나와 커피를 나눠 마시면서 나의 진정한 친구가 돼 주었다. 뿐만 아니라 수시로 우리 집의 잔디를 깎아주었다. 그래서 유산으로 레이니에게 코카콜라 주식 5%(한화 2조 7500억원)를 증여한다’라는 것이었다. 어마어마한 유산이었다. 레이니는 받은 유산 모두를 에모리대학의 발전기금으로 기부해 에모리대학을 명문대학으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레이니가 보여 준 선행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심 없이 베푼 친절, 도움이 뜻하지 않은 큰 행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 ‘친절’과 ‘도움’은 의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배어 있어야 한다. 또 상대방에 대한 관심, 존중, 사랑이 깔려 있어야 체감도를 높일 수 있다. 다만 친절과 도움이 완벽주의로 치달을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상대방에게 오히려 부담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상만사 우연이란 없다. 뜻하지 않은 행운도 평소 ‘심은 대로 거둔다’는 자연의 법칙과 같은 맥락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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