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강력 규탄..반총장 조사 이끌 것"
유럽.美, 이스라엘 정부 해명 요구
이스라엘 "봉쇄위반 선박 공격권 있어"

(서울=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지난달 31일 새벽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던 국제 구호선을 공격해 최소 9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지자 국제사회의 성토가 계속되고 있다.

AP,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성명에서 구호선에 탄 친팔레스타인 운동가 가운데 최소 9명이 사망했다고 밝히면서 6척의 구호선단 중 한 척에서 운동가들이 이스라엘 해병대를 공격하고 무기를 탈취해 폭력사태가 촉발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마게드 압델라지즈 유엔 주재 이집트 대사는 이번 공격으로 19명이 희생됐다고 말해 정확한 사망자 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터키는 '테러'로 규정하는 등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드세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사건 직후 긴급회의를 소집했으며 유럽연합(EU) 등은 독립 조사단 구성을 주장했다.

특히 AP 통신은 유엔 안보리가 성명 초안에서 이스라엘군의 국제법 위반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하고 희생자 발생에 유감을 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책임자를 가려낼 국제 조사를 이끌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은 사고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이번 폭력 사태를 규탄한다. 어떻게 이런 유혈 사태가 벌어졌는지 전면 조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보리 성명은 아울러 이스라엘에 가자자구 봉쇄 해제와 억류 중인 구호선 및 민간인 석방을 촉구할 전망이다.

리야드 만수르 유엔 팔레스타인 옵서버는 이번 사태를 "전쟁 범죄"로 비난하면서 성명 내용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팔레스타인 측은 1일 유엔 인권위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건 희생자 대부분이 자국민으로 알려진 터키의 아흐메트 다부토글루 외무장관은 31일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이스라엘이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다"면서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존중 받는 일원으로서 모든 정당성을 잃었다"고 규탄했다.

칠레를 방문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이스라엘이 국제해양법을 준수한 구호선단에 '국가 테러'를 저질렀다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긴급회의 소집을 촉구했다.

터키의 일커 바스버그 장군은 이스라엘의 가비 아쉬케나지 참모총장에 전화를 걸어 공해에서 벌어진 이번 사건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이스라엘 측의 군사작전이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국가에서 비난 목소리도 거세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스라엘군의 발포를 "무방비상태의 민간인을 향한 전쟁 행위"이자 "잔혹한 학살"로 규정하고 "이스라엘 정부의 테러와 범죄 본성을 계속 고발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또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불러 유감의 뜻을 전달한 브라질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순전히 인도주의적 성격의, 평화 수송단에 무력으로 개입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가자지구 봉쇄 중단을 촉구했다.

유엔에 파견된 중국 측 관리도 안보리 회의에서 "인도주의 활동가와 민간인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행위를 규탄한다"면서 "안보리의 즉각적인 대응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유럽 각국과 미국 측은 깊은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우선 이스라엘 측의 해명 쪽에 무게를 뒀다.
미겔 앙헬 모라티노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의 행위가 부적절했다며 이스라엘 정부가 관련 정보를 공개할 것을 주장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에르도안 터키 총리에 전화를 걸어 "깊은 우려"를 표했다며 희생자 발생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네타냐후 총리에 전화를 걸어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국제사회의 정당한 비난에 건설적으로 반응할 것을 주장했다.
중동평화 4자회담 특사로 활동 중인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도 "깊은 유감과 충격"을 받았다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완전히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 전화통화에서 되도록 빨리 이번 사건과 관련한 "모든 사실"을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 역시 "이스라엘 정부의 완전하고 믿을만한 조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베냐민 벤-엘리제르 이스라엘 무역산업장관은 "우리는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알고 있었다"면서 구호선단에 가자지구 쪽으로 접근하지 말라고 미리 경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구호선 탑승자 상당수가 무기를 소지하고 있었고 공격이 방위 차원에서 이뤄졌다며 이스라엘군이 먼저 발포를 시작했다는 구호선 측 주장을 반박했다.

레쉬노-야르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 역시 자국은 가자지구 해상봉쇄를 위반하려는 어떤 선박도 공격할 권리가 있다면서 각국이 '섣부른 결론'에 도달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는 또한 이번 호송단이 이스라엘 해역에 들어오기 전 호송 책임자들이 알-카에다와 연계됐다는 루머가 있었다면서 "탑승자들은 그렇게 순수하지 않았다. 여타 국가들이 (같은 상황에서) 달리 대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도 사망자 발생에 휴감을 표하면서도 이스라엘군의 대응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구호선으로 호주 남성 1명이 총상을 입었으며 이 선단에 탑승한 2명의 호주 기자는 안전하다고 호주 당국이 밝혔다.
다른 불가리아 출신 기자 2명은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에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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