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선희 산수회 대표가 서예 작품 앞에서 미소짓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재한 일본여성들모임 ‘산수회’ 12번째 전시
궁궐 돌담길, 서울 도성 거닐며 문화체험
“전통문화 통해 일본과 한국 함께 소통해”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전통문화를 배워가면서 한국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됐죠. 서울 살이를 하며 배운 것을 작품에 담았습니다.”

16일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서 만난 정선희 산수회 대표는 작품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재한 일본여성들의 모임인 산수회가 마련한 이번 전시도 매우 특별한 자리였다. 올해로 12회째 맞는 산수회 작품전은 서울에 살고 있는 일본에서 태어나거나 자란 여성들이 준비한 자리다. 고향을 떠나온 일본여성들은 우리나라 궁궐의 돌담길, 성문 밖 서울 도성 등을 거닐며 한국의 유구한 역사적 문화유산을 경험하고 한국전통문화를 체험했다. 그리고 이를 예술적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서울살이’를 테마로 한 전시는 한국에서 배워 만든 작품이 공개됐다. 정 대표는 “모든 작품이 귀하고 중요하다. 낯선 나라에 와서 그 나라의 문화를 열심히 배우고 작품을 발표할 수 있다는 것에는 큰 의미가 있다”라며 “초보적인 작품부터 수준 높은 작품까지 모두 박수를 치고 싶다”라고 말했다.

▲ 전시에서 공개된 작품 ⓒ천지일보(뉴스천지)

정 대표는 서예 작품을 내놓았다. 그는 일본에서 25년, 한국에서 38년을 살았다. 중국, 일본, 한국이 모두 서예가 유명하지만 특히 한국에서 서예를 배운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한국에서 서예를 공부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느꼈다”라며 “한국은 삼국 중에서 정도(正道)를 지키는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본에 비해 한국은 서예의 맥을 잇는 것이 약하다고 했다. 정 대표는 “일본은 한문을 많이 쓰는 나라다. 서예층이 매우 두껍다”라며 “간판에도 한문을 쓰는 등 상업적으로도 사용돼 한문 사용이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전통적인 부분에서만 한자를 사용하고 있어, 갈수록 한자 사용이 적고 한자를 활용한 서예의 맥도 점점 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문을 알면 중국과 일본과 소통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진다”며 “한국의 학교에서 한문을 가르치는 분위기를 확산하고, 국학적으로 많은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전시에서 공개된 작품 ⓒ천지일보(뉴스천지)

정 대표는 이번 전시가 일본여성이 한국전통문화 작품을 공개하는 자리지만, 앞으로는 한국 사람이 만든 일본 전통문화작품이 함께 공개됐으며 좋겠다고 말했다. 전통문화를 통한 하나의 소통의 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정 대표는 “정치적인 이유로 일본과 한국 간의 사이가 나쁘다고 보통 생각하지만 한국의 음식, 예술, 전통문화를 좋아하는 일본인이 상당히 많다”라며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팬층도 굉장히 두껍다. 전통문화를 통해 소통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이 전통문화를 지키는 일에 소홀히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정 대표는 “과거에는 인사동 거리에서 도자기, 한지 가게 등이 있어 한국 전통을 느낄 수 있었다”라며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업적인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인을 포함한 외국인이 한국전통문화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어야 나라 간의 격차가 허물어지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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