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6단지 아파트를 방문, 주민들과 아파트 후분양제에 대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김현미 장관 공언 후 파장 확산
국감서 도입 여부에 ‘날선 공방’
“선택제로 운영하는 것도 방법”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정부가 공식적으로 후분양제 도입 계획을 밝힌 가운데 주택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공부문 후분양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공언하면서 관련 업계에서 논란이 되는 모양새다. 연일 국감에서 후분양제를 놓고 날선 공방을 벌이는 등 논란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선분양제도는 건설사나 시행사가 토지를 확보하고 분양승인을 받아 건축하기 전에 먼저 분양을 통해 계약자들을 모집하는 방식이다. 선분양제도의 경우 건설사나 재건축 조합 등의 시행사가 토지 구입자금 정도만 투입하고 그 이후 공사비는 계약금, 중도금 등으로 소비자가 부담해 건설비에 대한 금융비용이 들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현행 선분양제도를 집이 부족했던 1977년부터 도입했다.당시엔 국가 재정이 부족했기에 선분양제의 경우 정부가 부담하지 않고 주택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상황에서 선분양이 오히려 주택 공급과잉을 부르고 투기와 부실공사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선분양제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그간 후분양제도의 도입이 제기돼 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후분양제도의 경우 전체공정률의 80%를 기준으로 하며, 지어진 집을 보고 판단할 수 있어서 부실공사 논란을 피할 수 있다. 또 견본주택이 아닌 실제 아파트 단지의 층, 향, 구조 등을 확인하고 분양받으므로 ‘깜깜이 분양’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후분양제 도입을 놓고 찬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후분양제 도입 시 입주자 입장에서는 보다 안전한 주택 구입이 가능하겠지만 건설사 등 공급자 입장에서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자금조달 능력이 부족한 중소 건설사들은 막대한 공사비를 조달할 곳이 없어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선분양 수익금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후분양제도가 도입되면 자체자금으로만 투입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자금력이 있는 대형 건설사들만 주택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지난 15일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자유한국당 이헌승(부산진을) 의원실이 HUG(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후분양제 도입 시 신용등급 ‘C’ 미만 주택공급업체 공급분 22.2%가 시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추산됐다.

아울러 민간 아파트 시장에 후분양제가 전면 도입될 경우 시행사 또는 건설사가 부담해야 할 추가 건설자금 규모가 연간 40조원에 달할 것으로 HUG는 분석했다.

소비자들도 후분양제에서는 계약부터 입주기간이 선분양제보다 짧아 자금 조달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전문수석은 “후분양제가 소비자나 공급자에게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라며 “자금력이 있는 건설사는 후분양제로 가게하고, 자금력이 열악한 곳은 선분양제로 갈 수 있도록 선택제로 운영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대부분 후분양제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이 많았다.

서울 종로구에 개관한 한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임효길(40, 남,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씨는 “모델하우스를 본 그대로 지어진다는 게 확실치 않으니 후분양제를 시행하는 게 당연한 거 같다”며 “모델하우스만 보고 계약했다가 나중에 하자니 보수니 말이 나온다”며 후분양제를 찬성했다.

아들의 집을 사러 모델하우스를 찾은 한 여성도 “(후분양제)가 시행되면 소비자 입장에선 좋은 일”이라며 “계획만으로 분양하는 건 위험한 거 같다”며 후분양제의 도입을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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