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관람료 강제징수… 눈감은 정부
“실질적인 개선 위해 머리 맞대야”

[천지일보=이지솔 인턴기자] #1. A씨는 지난 1월 한 국립공원의 입장료 매표소에서 도로를 막아 놓고 모든 등산객을 대상으로 사찰 문화재 관람료 명목의 입장료를 받고 있는 모습을 봤다. 단지 등산하러 온 사람도 예외는 아니었다. A씨는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2. 불자인 B씨는 지난 2012년 강원도 평창군에 위치한 오대산 상원사에서 월정사 앞에 있는 국립공원으로 가는 시내버스에 올랐다. 즐거운 마음으로 산을 올랐던 B씨는 월정사 입구에서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 월정사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사찰 관계자가 버스에 올라 문화재 관람료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에 사찰이 있으니 무조건 징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공원입장료가 모두 없어진 때는 10년 전 일이다. 그러나 사찰 입장료는 현재까지 그대로 남아있다. 사찰에서는 ‘사유지를 지난다’는 이유에서 아직도 입장료를 요구하고 있다.

사찰 문화재 관람료 징수 논란의 해법에 진전이 없는 가운데 최근 1년 사이 경남 양산시 내원사가 2000원의 관람료를 새로 징수하고, 기존 사찰 중 5곳에서 1000원에서 1500원의 관람료를 인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사찰 수는 작년 62개에서 올해 63개로 늘어났다.

반면 카드 결제가 가능한 사찰은 1년 사이 3개가 늘어 28개가 되었으나 56%를 차지하는 35개 사찰에서는 여전히 현금으로만 관람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바탕으로 올해 8월까지 지난 1년간 ‘문화재 관람료 징수 조계종 사찰 현황’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16일 이같이 밝혔다.

관람요금 분포를 보면 불국사와 석굴암이 각각 5000원으로 가장 높았고 법주사, 화엄사 등 27개 사찰은 3000원에서 4000원 사이를, 대전사, 쌍계사 등 21개 사찰은 2000원 이상을, 석남사, 천은사 등 11개 사찰을 최소 천원에서 2000원 미만을 받고 있다.

충남 공주시에 있는 갑사, 동학사, 신원사 그리고 충남 부여군의 무량사는 4곳은 지난해 보다 천원 오른 4000원으로 인상했고, 충남 공주시 마곡사는 1500원 오른 3500원으로 인상했다.

1년 사이에 추가로 카드 결제가 가능해진 사찰은 내장사·신흥사·실상사다. 사찰 문화재 징수 논란은 절에 가지 않는 등산객한테까지 관람료를 받는 데 대한 거부감과 함께 현금만 고집하는 징수 방식도 문제가 돼왔다.

한편 사찰 문화재 관람료 징수 논란이 계속됨에 따라 문화재청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실태조사와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정책연구용역을 통해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문화재청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조계종 측에서 정책연구용역 결과가 객관적이지 못했다며 결과물 폐기와 문화재청의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요구하면서 문화재청과 조계종 간 갈등으로 번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김 의원은 “조계종의 수많은 사찰 중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곳은 극히 소수이고 모두 소중한 문화재를 보존 관리하는 사찰들”이라며 “다만 소수 사찰에 해당되는 문제이지만, 일반 시민들과의 갈등 정도가 매우 큰 이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능하면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내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시민의 눈높이에서 실질적인 개선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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