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음악극 ‘적로’의 제작발표회가 진행된 가운데 소리꾼 안이호·정윤형과 여창가객 하윤주가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박종기·김계선 명인, 극적인물로 재탄생
두 명인 음악인생 통해 덧없는 삶 표현
전통 창극 형식 벗어나 새로운 시도해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작년 9월 문을 연 서울돈화문국악당이 개관 1주년 만에 자체 제작한 음악극 ‘적로’가 베일을 벗었다.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음악극 ‘적로’의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공연은 1941년 초가을 경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환갑을 넘긴 ‘박종기(안이호 분)’와 ‘김계선(정윤형 분)’그리고 기생 ‘산월(하윤주 분)’이 술잔과 음악을 주고받으며 옛 시절을 회상하는 내용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대금 명인을 모델로 만들어졌다. 박종기(1879~1941) 명인은 대금 산조의 창시자로, ‘진도아리랑’의 창작자다. 김계선(1891~1943) 명인은 조선 시대 왕립음악기관의 악사였지만 민요·무가반주·서양음악 등 여러 장르의 음악을 하는 예술가들과 교류를 했다.

두 명인이 실제 술자리를 함께할 정도의 친분이 있었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는 없다. 하지만 단편적인 기록에 연출진의 상상력이 더해져 두 사람은 극적 인물로 재탄생했다.

▲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음악극 ‘적로’의 제작발표회가 진행된 가운데 연출진과 배우들이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정승 예술감독·배삼식 극작·최우정 음악감독·정영두 연출·소리꾼 안이호·여창가객 하윤주·소리꾼 정윤형. ⓒ천지일보(뉴스천지)

배삼식 극작은 “두 분이 함께 연주한 녹음기록을 보고 당대 내로라하는 명인이 서로 몰랐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며 “두 명인의 삶을 재구성하고 알리기보다, 필멸의 운명을 지닌 보편적 인간의 모습과 삶의 덧없음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삶의 덧없음을 가장 뼈저리게 마주하는 사람이 음악인이 아닐까 생각했다는 배 극작은 “박종기 명인은 대금연주를 녹음할 때 맨 정신으로 하지 못하고 술에 취한 후 들어갔다고 한다”며 “짐작하기로는 순간에 만들어지고 그와 동시에 사라져야 하는 음악을 붙잡아 놓아야 하는데서 오는 멋쩍음에 그런 것 같다”고 박종기·김계선 명인의 이야기를 통해 중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유를 말했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첫 자체 브랜드 공연의 장르로 음악극을 선택했다. 전통 창극·소리극의 형식을 벗어난 음악극 ‘적로’의 출연인물들은 전통 소리뿐 아니라 재즈풍의 노래·여창가곡 등을 선보인다.

김정승 예술감독은 “작년 돈화문국악당이 개관할 때, 품격과 재미라는 두 날개를 가진 공연으로 관객과 만날 것을 약속했다”며 “‘적로’는 탄탄한 대본과 여러 장르의 음악이 한데 어우러진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음악극 ‘적로’는 오는 11월 3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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