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지난해 관중 800만 시대를 연 프로야구는 올해도 840만여명으로 신기록이다. 3월 31일 정규시즌 개막 이후 각 팀마다 144경기를 치르는 대장정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유달리 무더운 여름이 닥치기도 했지만 관중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프로야구를 즐기고 사랑했던 것이다. 올해 관중수 100만명을 넘긴 팀은 LG(113만 4846명), 두산(109만 4829명), 롯데(103만 8492명)와 KIA(102만 4830명) 등 4팀이다. 이들 팀들이 막바지까지 선두와 최종 5강팀을 가려내느라 혼전을 펼쳤던 바 이러한 점이 증가 요인이 됐다. 1위가 된 KIA팬과 5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하게 된 롯데팬들이 시즌이 끝날 때까지 야구장으로 몰려들어 만든 결과물이기도 하다.

프로야구 정기시즌 동안 선수들의 열정과 관중들의 열기가 경기장을 후끈 달궜는데 ‘꿈의 가을야구’라 일컫는 포스트시즌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10월 5일 와일드카드에서 SK와이번스를 이기고 올라온 NC다이노스가 시즌 3위팀 롯데자이언츠와 겨눈 준(準)플레이오프 4차전까지 전적은 2대 2로 팽팽했다. NC가 13일 홈구장에서 치러진 4차전에서 이겼으면 플레이오프로 직행하였을 터인데, 그만 지고 말아 15일 사직운동장 경기가 이어지게 됐다.

포스트시즌에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PO)는 5전 3선승제이고, 한국시리즈는 7전 4선승제로 치러진다. 천신만고 끝에 3위로 포스트시즌에 오른 롯데는 준PO 4차전을 앞두고 벼랑 끝에 몰린 입장이었다. 만일 그날 경기에서 NC에게 패했더라면 5년 만에 진출한 가을야구는 제 맛을 못 봤을 테다. 또 25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바라는 롯데 구단과 선수, 팬들의 희망마저 물거품이 되기 때문에 감독·선수들은 어느 때보다 비장했다. 결국 정기시즌에서 최다안타 수위타자인 손아섭 선수의 홈런 두 방으로 준PO는 최종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보였다.

10개 팀이 참가한 올해 프로야구에서 소위 ‘꿈의 가을야구’로 불리는 포스트시즌에는 상위 5개 팀이 진출하게 된다. 확률이 5할이다. 일단 5강고지에 진입하기 위해 선수들은 시즌 개시 전부터 구슬땀을 흘려 연습했고, 정기시즌 대장정을 거치면서 구단과 감독·선수들이 그야말로 고군분투(孤軍奮鬪) 자세로 경기에 임했던 것이다. 그 결과로 5강에 들어 가을야구의 맛을 보게 된 팀에서는 안도를 하게 되지만 탈락한 5개 팀은 내년을 기약하면서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다. 그만큼 가을야구를 맛보는 것이 선수에게는 하나의 보람이고, 큰 기쁨인 것이다.

또 가을야구의 매력은 단기전이기 때문에 정기시즌 순위 결과와 상관없이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작년 한국시리즈에서는 정기시즌 1위팀 두산이 NC에게 승리를 거뒀으나, 2015년에는 1위팀 삼성이 2위팀 두산에게 챔피언 자리를 내주는 등 변화가 따랐다. 때문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들은 한국시리즈 패권의 기대치를 한껏 꿈꾸게 되는 바 그 가능성의 매력으로 인해 선수들에게는 열의를 가지게 하고,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고 가는 매력이 있다.

KBO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일정이 하루씩 순연돼 17일(화)부터 플레이오프가 치러지고, 그 승자와 KIA타이거스가 대망의 한국시리즈를 놓고 10월 25일(수)부터 7전 4선승제를 다투게 된다. 최종 승리팀 선수들은 축하 꽃물결이 일렁이는 경기장에서 우승 트로피를 높이 치켜 올리며 기쁨을 만끽할 것이다. 또한 종전 패자가 그래왔듯이 감독을 그라운드에서 헹가래 치며 감격에 젖을 것이다. 최종전 패배 팀이나 숫제 한국시리즈나 포스트시즌에 나서보지 못한 선수들은 그 장면을 부러워하면서 장차 그 무대의 주인공이 자신이 되기를 기대할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에 때맞추어 일본과 미국에서도 올해 패권을 가리는 가을야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일본에서는 14일부터 퍼시픽리그, 센트럴리그가 진행되고 있고, 미국야구는 아메리카리그에서 뉴욕 양키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대결 중이고, 내셔널리그에서는 LA 다저스와 시카코 컵스가 7전 4선승제의 참피언십을 겨루고 있다. 쉽게 챔피언전에 나갈 것으로 예상됐던 클리블랜드가 뉴욕Y에게 일격을 맞아 패했는데 특히 미국 프로야구에서는 팀이 많고 선수층이 두터워 큰 경기일수록 에러가 승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9회말 2아웃부터’라는 기대치의 말이 있었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야구 명언도 생겨났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이 말은 미국야구의 전설적 인물, 뉴욕 양키스 포수 출신 요기 베라(1925~2015)가 한 말이다. 그가 뉴욕 메츠 감독이던 1973 시즌 중반, 꼴찌를 하던 때 한 기자가 “시즌 끝난 건가요?”라는 물음에 대한 단호한 답변이었으니 팀이 하위권에 머물고, 당일 경기에서 지고 있더라도 시합이 끝날 때까지는 선수들이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면 역전의 기회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비단 이 명언은 프로야구의 모든 선수들, 포스트시즌을 뛰고 있는 프로들에게 해당되긴 해도, 우리의 일생생활에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울림과도 같은 것이니 누구라도 간직할 만한 명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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