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태로 구치소에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는 지난해 10월 최순실씨의 국정운영 개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본격화됐다. 최씨는 대통령 위에 군림한 진짜 대통령이라고들 했다. 그 권력으로 딸을 이화여대에 부정입학 시키고 대통령을 움직여 딸의 승마를 지원하게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의 꼭두각시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드러나는 정황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각종 의혹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억울함만 호소했고,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 광화문광장엔 매서운 추위도 뒤로한 국민 100만여명이 매 주말마다 촛불을 들고 박근혜 탄핵을 외쳤다.

촛불집회가 커갈수록 한편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보수단체들의 태극기집회도 커졌다. 촛불을 든 시민은 법 위에 군림했던 절대권력자의 오만함과 위선에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렇게 탄핵이 될 때까지 매 주말 대한민국은 촛불과 태극기로 극명하게 갈라졌다.

지난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연장이 결정되고 바로 전날 이른바 청와대 캐비닛 문건에서 ‘세월호 사건일지 조작’ ‘국가위기관리지침 불법변경’ 내용이 터지면서 다시 주말집회가 진행됐다. 지난 주말 서울 도심과 광화문광장에서는 박근혜 무죄 석방과 세월호 진실규명 및 특조위 2기 구성을 촉구하는 태극기·촛불 집회가 열렸다. 물론 이전보다 두 집회에 대한 관심은 현저히 줄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구속에 앞서 수개월간 국가적 혼란을 겪은 터라 또다시 그런 조짐이 있는 건 아닌지 우려의 눈길도 적지 않다.

바로 코앞의 북한은 수시로 핵·미사일 실험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비웃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하나 돼 안보 위기에 대처해도 모자라는 상황이란 얘기다. 박 전 대통령의 이번 구속연장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치공작이라는 견해가 있지만, 좌우 성향을 떠나 대다수 법조인들은 그간 박 전 대통령이 조사에 응하는 태도를 봤을 때 법리적으로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법치를 내세운 문 정부다. 탄핵된 대통령에 대한 판단은 법에 맡기고 안보·경제 위기에 적극 대처해야 할 때다. 촛불·태극기로 갈라진 나라는 더는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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