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북한은 지난 7일 김정은 주재 하에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안건은 ▲‘조성된 정세에 대처한 당면한 몇 가지 과업에 대하여’(김정은 의정보고) ▲조직/인사문제(정치국 위원·후보위원 소환·보선,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해임·선거, 당중앙군사위원 소환·보선 등) 등이었다. 전원회의 참가자들은 당 중앙위원회 위원, 후보위원, 당 중앙검사위원회 위원, 당 중앙위원회 성·중앙기관·도·시 책임일군, 공장·기업소 일군들로서 이에 앞서 김정은 외 중앙위 전원회의 참석자 일동은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절차를 거쳤다. 북한의 노동당 규약 26조에는 年 1회 이상 전원회의를 소집, 중요 문제를 토의결정하고 당 주요조직을 인선토록 돼 있으나, 김정일 당 총비서 추대일(10.8), 당 창건 기념일(10.10)이 있는 10월에 개최된 것은 시기적으로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원회의는 지난해 5월 이후 17개월 만에 개최됐다.

이번 전원회의의 특징은 노동당 핵심 간부들을 대폭 세대 교체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박광호(현 직위 미상) 등 정치국 위원 5명 보선 및 최휘(함경북도 당 부위원장) 등 정치국 후보위원 4명이 보선됐으며 박광호, 박태성(평안남도 당위원장) 등 당 중앙위 부위원장 6명을 새로 선출하면서 중앙당으로 입성했다. 또한 최룡해 등 4명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 보선됐으며 당중앙위원회 위원 16명 및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 28명이 보선됐다. 그리고 최룡해 등 7명을 당 전문부서 부장으로 임명하고, 김병호를 노동신문 책임주필로 임명했으며 당 중앙위원회 검열위원회 위원장을 홍인범에서 조연준으로 교체했다.

전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조연준 시대가 드디어 막을 내린 것이다. 조연준이 누구인가? 그는 장성택과 현영철 등 수많은 거물들을 처형한 사실상의 ‘저승사자’였다. 그가 새로 받은 보직 당 검열위원장은 우리의 감사원장에 해당하는 직책이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검열위원회는 사실상 무기력한 존재로 전락했다. 조직지도부가 모든 권한을 장악하고 검열위원회는 형식상 감사업무 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규모 인사개편은 김정은이 현 국면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그 돌파를 위한 인적 개편 측면과 7차 당대회 후속 세대교체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분석하면 외교·경제 분야 인사의 승진을 통해 대외 고립 탈피, 자력갱생 등에 매진할 것, 아울러, 금번 대규모 인사는 ▲고령자 세대 교체 ▲7차 당대회 후속 보완 인사로서의 성격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을 정치국에 진입시켜 당의 리더십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그러나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북한이 벌써 내년 2018년을 준비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즉 이제 핵무력 건설은 어느 정도 완성했다는 자체적 판단 아래 경제건설이라는 병진정책 집행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겠다는 것이다. 과연 이 경제건설에서 김여정이 무슨 역할을 수행하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과거 김정일은 여동생 김경희에게 노동당 경공업 부장 자리를 주면서 경제회복을 맡겼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다가오는 19일 개최되는 중국공산당 제19차 대회도 북한 노동당에게 메시지를 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시진핑(習近平, 64) 천하가 선포될 것인가, 공산당 계파들의 시진핑 견제가 성공할 것인가.’ 또 세대교체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2기 지도부 및 후계 구도가 드러나게 될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이렇게 요약된다. 당대회는 오는 18일에 열리며 일주일 뒤인 24일에 폐막할 예정이다. 5년마다 열리는 당대회의 형식적인 의미는 향후 5년간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것이다. 전국에서 선출된 당 대의원 2287명이 모여 5년간 당의 정책을 평가하고 향후 5년을 논의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대의원들이 당대회 기간 중앙위원을 선출하는 것이다. 이들 중앙위원이 선출하는 정치국원과 핵심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구성 및 후계 구도, ‘시진핑 사상’의 당장(黨章) 삽입 여부 등이 주목받고 있다. 이를 두고 베이징 정가에서는 “과거 상무위원들처럼 자신의 고유한 권력을 갖지 못하고 시 주석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1인 치하’가 된 상황에서 어떤 계파의 누가 상무위원이 될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시진핑 계파를 의미하는 ‘시자쥔(習家軍)’이 급부상하면서 시진핑 천하가 완성될 것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집단지도체제 유지와 마오쩌둥(毛澤東) 시절과 같은 1인 독재 체제 회귀를 우려하는 당내 계파들의 견제와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노동당이 중국 공산당의 전철을 밟아 개혁과 개방으로 다가가는 출발점이 이번 제7기 2차 전원회의가 됐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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