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준 벤처기업협회 상근부회장/경영학 박사

 

‘꿈꾸기에 너무 큰 꿈은 없다(No dream is too big)’라는 말이 있다. 꿈꾸는 거야 돈이나 노력이 들지 않기 때문에 마음껏 꾸라는 말인가? 못 이룰 꿈이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사람들의 꿈은 어떤가? 사람들은 “큰 꿈과 야망을 갖자”라고 하지만 막상 그리 큰 꿈을 가진 것은 아니다. 젊은이는 취업, 직장인은 승진, 사업가는 매출상승을 꿈꾼다. 요즘은 남녀노소 자신만의 사업을 꿈꾸는 사람이 늘고 있다.

창업가가 늘면서 이들을 지원하는 환경도 좋아지고 있다. 부총리는 제2의 벤처붐을 조성하겠다하고 정부는 혁신주도성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기술창업을 촉진하고 기업의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정부지원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추경을 통해 조성된 1조 4450억원의 벤처펀드가 풀렸다. 규제도 해소될 전망이다. 금융공기업들은 앞다투어 중소벤처기업지원에 가세하고 있다. 단기간 이 정도 지원책이라면 만족스런 수준이다.

답은 시장에서 나올 차례다. 다행히 창업이 늘고 있다. 1000억원 매출의 벤처도 늘었다. 역삼동, 판교, 공덕동 등 곳곳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꿈꾸는 사람들로 붐빈다. 한국만 그런 것은 아니다. 미국 실리콘벨리, 중국 상하이나 항저우, 영국 런던이나 호주 시드니에도 기술창업의 열기가 뜨겁다. 어디든 스타트업 행사에는 창업가와 기업CEO는 물론 투자자와 컨설턴트, 정부의 관료들까지 모여 다양한 기술과 아이디어의 발표에 귀 기울인다. 자신의 사업모델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설명하는 발표자는 자신감이 넘친다.

이들의 꿈은 무엇인가? 미래의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또 다른 네이버나 카카오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 꿈조차 꿈인지 모른다. 그 꿈이 원대하든 소박하든 창업자의 다수는 5년 후에 사업의 생존조차 장담하기 어렵다. 다수가 꿈보다 당장의 현실 즉, 직장이 싫어서, 누군가의 권유로, 생계 때문에, 유행에 따라 창업을 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기업은 누구나 할 수 있어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역량과 자원도 필요하지만 핵심은 이러한 것의 근원인 ‘큰 꿈’ 그것도 야무진 꿈이다. 야심이나 욕심일 수도 있다. 우리가 기업에 박수치는 이유의 하나는 바로 ‘꿈은 이루어진다’의 실현이다. 그것이 흔하디흔한 동네커피숍이나 식당은 아니다. 세계와 당당히 겨루는 국가대표급, 바로 유니콘(unicorn)과 같은 흔치않은 기업의 탄생이다.

유니콘기업은 창업 10년 이내에 자산 10억 달러를 넘어선 비상장기업을 말한다. 유니콘은 서양의 전설적 동물로서 일각수(一角獸)라 하는데, 이마에 1미터의 뿔이 있고 몸통은 말, 머리는 수사슴, 다리는 코끼리, 꼬리는 멧돼지와 비슷하다. 2013년 미국의 여성 벤처투자자인 에일린 리(Aileen Lee)가 스타트업의 0.7%만이 유니콘기업에 이른다는 점에서 ‘희귀한 존재’의 의미로 사용했다. 스타트업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미국의 한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유니콘기업은 214개로 미국 108개, 중국이 55개, 이어 인도와 영국 8개, 독일 5개였고 우리나라는 2개로 프랑스·이스라엘·인도네시아·싱가폴·남아공과 같다. 캐나다·일본·룩셈부르크·아르헨티나는 1개였다.

최근 화두인 혁신주도성장의 답은 ‘기업을 만들고 키워서’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나아가 일당백(一當百) 유니콘기업의 탄생도 기대한다. 유니콘기업의 탄생조건은 명확하다. 창업부터 세계시장을 목표로 탄생(born to global)해야 한다. 미국이나 중국, 인도, 유럽에서 유니콘이 등장하는 이유는 넓은 국내 및 이웃시장에서 탄생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국내시장의 독과점에 따른 성장보다 해외시장진출을 통해 유니콘기업이 나와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의 옥석가리기와 선택·집중의 지원이 중요하다. 다행히도 지난해 매출 1000억원 이상을 달성한 벤처기업이 513개에 이르러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대다수 스타트업에서 성장한 이들이 더 나아가 유니콘기업이 되길 바란다. 기업인들이 큰 꿈을 갖도록 하고 그 꿈을 응원하자. 무모하리만큼 큰 꿈이 희귀한 유니콘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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