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년간(2009~2017년) 조계종 행정 수장을 맡은 자승 총무원장이 오는 30일 임기를 끝으로 물러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대한불교조계종, 지난 8년간(2009~2017년) 조계종의 행정 수장을 맡아 이끌어온 자승 총무원장이 오는 30일 임기를 끝으로 물러난다. 종단 정치의 안정적인 기반으로 제33대와 34대 총무원장직을 수행한 자승스님은 1962년 통합종단 출범 이래 최장수 총무원장이다. 그가 종단사에 남긴 발자취 또한 적지 않다. 자승 집행부의 성과와 과오에 대한 관심도 크다.

◆종단 정치 기반 ‘튼튼’… 이웃에 다가서는 ‘소통 행보’

최근 현 집행부는 ‘소통과 화합, 자비와 화쟁으로 함께해 온 8년’이란 제목으로 자승스님의 성과를 담은 자료집을 냈다. 자료집은 제33·34대 집행부를 아우른 기록으로, 8개 영역에서 주요 성과 47개를 정리한 책이다. 조계종 성과자료집 편찬위원회는 자승 집행부를 “정치적 안정기”로 평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안정과 화합을 통해 사회 속에서 한국불교와 종단 전체 위상을 높이고 신뢰를 쌓았다”고 했다.

2009년 ‘소통과 화합’이라는 슬로건으로 첫 발걸음을 뗀 자승스님은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을 돌아보는 자비나눔 행보에 정성을 쏟았다. 용산참사, 쌍용차, 세월호 진도 팽목항 등 대중의 아픔과 눈물이 있는 현장을 찾아 위로와 함께 따뜻한 손길을 건네기도 했다. 이웃종교인과의 소통에도 힘썼다. 해다마 12월이 되면 아기 예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절을 앞두고, 천주교와 개신교 주요 인사를 초청해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크리스마스 행사를 갖는 모습은 종교 화합의 본이 되는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이웃종교 단체들의 시설에도 여러 차례 방문했다.

내부적인 성과로는 불교의식의 현대화, 승려복지제도 전면 시행, 총본산(조계사) 성역화 불사, 사찰재정공개(일부), 불교문화유산보존센터, 10.27법난기념관 건립 추진, 사찰재산 보호위한 국가법령 제개정, 민족문화유산 보존(연등회, 국행수륙재) 등이 꼽힌다.

◆개혁세력은 자승 집행부를 왜 ‘적폐’ 대상으로 보는가

자승 총무원장의 행적이 성과만 있는 게 아니다. 수년간 개혁을 외친 승려와 재가자들은 자승 집행부를 성과보다 과오가 더 많은 ‘적폐’ 대상으로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개혁 세력은 백양사 승려도박 사건, 마곡사 금권선거, 용주사 주지 은처 의혹, 적광스님(사미) 폭행, 조계종 외압 동국대 총장 사태, 정교유착 및 종단제도 사사화(사유화) 논란, 해종언론 퇴출 등을 자승 집행부의 대표적인 과오로 꼽고 있다.

2012년에 터진 백양사 도박사건 파문은 자승스님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불교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킨 승려들의 도박사건 당시 자승 총무원장은 대국민사과까지 발표하는 등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2013년 마곡사 본사주지 선출과정에서 주지 원경스님 측에서 돈을 뿌린 사실이 법원에 의해 드러났다. 그러나 원경스님은 2017년 마곡사 주지 선거에 또다시 출마해 선출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은처자 의혹이 있는 용주사 본사주지 성월스님은 친자 확인을 위해 유전자검사까지 받겠다고 발언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비구(남자 승려) 종단인 조계종에서 은처승 문제(바라이죄)는 사찰을 떠나야 하는 가장 무거운 범계(범죄) 행위다. 자승스님이 측근인 성월스님을 비호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2013년 10월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8월에 일어난 적광스님 폭력 사건은 인권유린 논란까지 샀다. 법원은 폭행을 가한 스님과 종무원에게 공동상해죄 혐의로 유죄판결을 내렸다.

인터넷 언론 불교닷컴·불교포커스는 해종언론으로 낙인찍혀 2015년 11월부터 조계종 주요기관에서 취재지원 중단(거부) 등의 제한 조치를 받고 있으며, 지금도 풀리지 않고 있다.

동국대 사태는 지난 2014년 12월 코리아나호텔에서 자승 총무원장 등 조계종 고위층 스님 5명이 유력한 총장후보였던 김희옥 총장에게 사퇴 압력을 가하면서 촉발됐다. 종단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제18대 총장으로 선출된 보광(한태식)스님과 학내구성원(총학생회, 교수 등) 간의 다툼은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이어지고 있다.

현 집행부에서 성과로 보는 ‘10.27법난기념관 건립(2015~2018년)’도 1670억원 중 90%인 1513억원을 정부가 지원한 데 대해 특혜 논란과 종교편향 문제가 되고 있다.

이 외에 2014년 9월 한국불교의 정신적 지주로 추앙받는 인천 용화선원장 송담스님이 “수행전통에 맞지 않다”며 조계종을 탈퇴해 종단뿐 아니라 불교계가 충격에 휩싸이기도 했다. 불교 인구 300만명이 감소(2005~2015년)한 것 또한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고, 종단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던 야권인사 명진스님(제적)과 영담스님(공권정지 10년), 대안스님(제적) 등의 징계조치가 너무 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사진은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 조계사의 대웅전에 있는 삼존불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존경받는 불교’ 바라는 설정스님… 전임 집행부 냉정한 진단 필요

12일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서 제35대 총무원장으로 선출된 설정스님이 전임 집행부의 성과와 과오를 냉정한 시각으로 평가하고 진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설정스님이 당선 소감에서 “지금은 종단 안팎으로 매우 위중한 시기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존경받는 불교, 신심 나는 불교… 화합으로 새로운 한국불교를 열어 나가기를 바란다”고 피력했다. 조계종의 원로이자 대표적인 선승으로 인정받는 설정스님이 차기 집행부의 성공을 위해 어떠한 결단과 개혁 의지를 보여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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