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수만 A지구 경작지에 재 이앙을 한 모가 지난 12일 제대로 여물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수확량 평년보다 40% 이상 감소 예상
농민들 “배수량 조절 잘못 피해 발생”
관리사업단 “일기예보 맞춰 방류 시행”
배수시기 ‘농·어민 상충민원’ 고충 호소

[천지일보 서산=박주환 기자] 충남 서산·태안 천수만 일대 쌀 생산 농가의 지난 봄 가뭄과 염해로 인한 피해액이 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천수만AB지구경작자연합회에 따르면 천수만AB지구 경작면적(A지구 6446㏊, B지구 3190㏊) 9636㏊ 중 경작·수확 불능 지역이 A지구 1930㏊, B지구 1270㏊ 등 3200㏊에 이르며 이에 따른 피해액이 489억 3700만원(A지구 321억 5200만원, B지구 167억 84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염해로 모내기했던 모가 말라 죽으면서 재 이앙을 한 곳은 한 달 이상 추수시기가 늦어지고 고르지 못한 일기 탓에 벼가 제대로 여물지 못한 곳이 많아 수확 불능지역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손해보험사 등이 수확량 조사를 하고 있지만, 알곡이 여물지 못한 쭉정이가 많아 수확량이 평년보다 4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우열 천수만AB지구경작자연합회장은 지난 1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천수만은 장마철 침수예방을 위해 봄마다 방류를 하는데 올해는 강우량이 적었는데도 예년과 같은 방법으로 방류를 했다”며 “저수량과 일기예보를 고려해 방류계획이 수립돼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천수만 관리사업단이 올해 결과적으로 더 많은 물을 방류함으로써 농사에 쓸 수 있는 물은 다 빠져나가고 염분이 높은 물만 남아 농사를 망쳤다”고 주장했다.

경작자연합회는 천수만 관리사업단에 대해 수문관리를 잘못했다는 이유로 감사원에 감사를 의뢰한 상태다. 이 위원장은 “관리사업단이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있어 결국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질 예정”이라며 “수문관리 부실로 농민 피해가 발생한 만큼 정부나 지자체가 피해 벼 수매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천수만 관리사업단 간월호 배수갑문 조작 로드맵.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에 대해 차운철 천수만 사업단 유지관리부장은 “올해도 기상청 자료를 근거로 예년과 동일하게 방류를 시행했다”면서 “하지만 6월까지 천수만 지역 누적 강우량이 118.9㎜로 평년대비 33.1%, 전년대비 37.3% 수준 밖에 안돼 저수 수위가 급격하게 내려가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천수만 A지구 배수갑문 아래에는 굴양식 등을 하는 어민들이 생계터전으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배수 시기에는 농민과 어민들의 입장이 달라 상충되는 민원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차 부장은 “용수확보, 염도희석, 수질개선, 침수방지, 어민 민원 최소화(어패류 산란, 조업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1월~이듬해 1월 사이 집중방류를 하고 있다”면서 “농민과 어민 양쪽의 입장을 고려하다 보니 필요한 시기 방류를 못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천수만에는 제염암거(담수호의 염분성분을 빼내기 위한 수로)가 있지만 30여년 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차 부장은 “천수만 AB방조제를 건설할 때 저층수 배제시설인 ‘제염암거’를 설치했는데 어민들의 반발로 단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면서 “제염암거 시설을 활용해 저수된 물의 염도를 낮추면 필요시기에 적당량을 방류할 수 있어 농민과 어민 모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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