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인 과세 세부기준안 개신교. (출처: 기획재정부), 그래픽 ⓒ천지일보(뉴스천지)

종교침해 주장… 2년 유예 요구
전문가 “유예, 전혀 설득력 없다”
다음 주 기재부 국감… 향방은?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종교계에 종교인 과세와 관련해 세부 과세기준안을 제시한 후 개신교 보수진영의 반발이 거세다. 반면 억지 주장이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열흘 넘게 이어진 추석 황금연휴가 끝나고 논란은 본격화하고 있다. 오는 19~20일 진행될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도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신교 보수진영을 대변하는 매체들은 ‘종교인 과세’가 아니라 ‘종교과세·종교활동과세·종교침해과세’라는 보수 인사들의 견해를 인용해 연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 등 한국교회 보수진영들로 구성된 ‘한국교회교단장초청 종교인과세 대책 특별위원회’는 긴급모임을 갖고 반대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세부과세기준안을 인정할 수 없다며 종교인 과세 시행을 2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회법학회장 서헌제 교수도 “목회자의 일거수일투족이 세금이라는 통로를 통해 과세 당국에 보고되고 조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내비치며 종교인 과세 유예 지지발언을 했다.

개신교 보수진영이 반발하고 있는 과세세부기준안에는 38개 항목이 나열돼 있다.

종교단체가 소속 종교인에게 지급하는 경우로 35가지가 제시됐고, 그 종교인이 성도 또는 소속되지 않은 종교단체 등에서 지급받은 경우로 부흥회 사례비, 해외선교비, 종교단체 지원비 등 3가지가 제시됐다. 도합 38가지다.

교회 등 종교단체가 종교인에게 지급하는 각 항목은 생활비, 사례비, 상여금, 격려금, 공과금, 사택공과금, 휴가비, 특별격려금, 이사비, 건강관리비, 의료비, 목회활동비, 선교비, 전도심방비, 사역지원금, 수련회지원비, 접대(지원)비, 판공비, 기밀비, 축의·조의금, 도서비, 연구비, 수양비, 교육비, 차량유지비, 국민연금 보험료, 출산(보육) 관련 비용, 건강보험료, 통신비, 사택지원, 집회출장비, 여비, 교통비, 식사, 식사대 등이다.

보수진영 목회자들은 목회자들의 소득을 일반 근로자들과 동일하게 보고 있다는 점에 분노하며 자신들이 사용하는 돈 대부분이 과세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한기총 한교연 한장총 등 보수교단연합기구와 주요교단장을 중심으로 한 ‘종교인과세 대책 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성명을 내고 2년 유예를 외치며 집단행동에 돌입할 모양새다.

보수 개신교계가 주장하는 대로 정말 세부과세기준안에 큰 문제가 있을까.

자발적인 납세를 원하는 목회자를 대상으로 이미 소득세 납부와 관련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최호윤 회계사는 “전혀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최 회계사는 “(종교인들이) 실무적으로 너무 어려워하고 준비가 안 됐다고 주장하니까 이런 기준으로 판단하면 된다고 가이드라인을 설명해준 것이지, 그것 자체가 뭔가를 규제하려고 나온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소득세법 시행령 규칙과 국세청 내부 기준으로 공고되는 고시 등 국세청에서 판단하는 기준에 해당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최 회계사는 “세법 기준은 명확하다”며 “종교인들이 종교기관으로부터 돈을 받았는데 그 돈을 그 종교기관의 업무와 관련 되는 데 사용하고, 실비 정산하는 것이라면 본인의 소득이 아니다. 그 외의 것은 소득이라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것을 구체적인 케이스별로 정리해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무사찰 등 보수진영의 종교침해 주장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는 의미가 없다”며 “과세 내용에 대해서는 개인의 재산 상황 변동을 파악하는 게 1차적인 방법이다. 그 사람이 소속된 기관을 조사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진영의 이 같은 주장의 원인에 대해서 “오해하는 부분이 많다”며 “세법에서 말하고 있는 구조들을 정확하게 연구하거나 스터디를 안 한 상태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보수진영 교회들이 세법을 공부하면 된다고 제시했다.

시민사회에서도 개신교 보수진영의 반응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이번 기재부의 과세기준안에 대해 “상식적인 수준”이라며 “(종교계의 특수성 때문에) 여러 항목으로 받고 있는 소득에 대해 납세편의적인 측면에 안내를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회장은 “워낙 종교인 과세에 대해서 말이 많다보니 과세 편의를 돕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항목을 나열해 구분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근로소득세를 내고 있는 일반 근로자의 경우 그렇게 상세하게 안내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 수년 동안 종교인 과세 논란이 이어져왔음에도 전체 종교인 23만명의 11%가량인 2만 6000명은 이미 자발적으로 근로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다.

한편 납세를 하고 있거나 자발적인 납세를 원하는 목회자들의 관심사는 과세세부기준이 아니다. ‘근로소득’과 ‘기타소득(종교인소득)’ 선택에 따라 내야 할 세금이 달라지기 때문에 실질적인 고민이 이뤄지고 있다. 일례로 월200만원의 소득을 갖고 있는 목회자가 근로소득으로 신고할 경우 월 1만 9520원의 세금을 내지만, 종교인소득으로 으로 신고할 경우 월 1만 6620원에서 월 10만원까지 금액차가 상당해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를 놓고 고심하는 목회자들이 많다.

최호윤 회계사는 “기독교 내에서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경제적인 이유로 근로소득을 선택하지 말라고 권유하고 있다”며 “목회자의 직업의 성격, 소명에 따라서 선택하는 게 맞다. 근로자가 아니라는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은 기타소득으로 가면 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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