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금종 서울시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은 “장애인이 운동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가족들의 후원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정금종 서울시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가족이란 흔히 어떠한 어려움과 고난도 극복할 수 있는 든든한 울타리에 비유된다. 또한 좌절과 절망에 휩싸인 사람이 가족의 지지와 응원으로 희망을 얻기도 한다. 이 같은 가족 덕분에 오늘의 삶이 존재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서울시장애인체육회 정금종 사무처장.

역도선수 출신이라 그런지 단단한 인상의 정 사무처장의 말에선 전형적인 외유내강의 분위기가 풍겼다. 그는 지금의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과 달리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소극적이고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운동을 시작한 이후부터 180도로 완전히 바뀌었다.

“외국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에 참전하면서부터 세상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1984년도에 처음으로 외국에 갔는데 장애인 선수들이 항상 웃으며 자유롭게 다니는 모습이 충격이었죠. 불편한 몸이지만 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올림픽 7회 연속 메달을 획득한 정 사무처장은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2000년 시드니올림픽까지 4연속 금메달을 캐내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그가 지난 2000년 시드니에서 세운 52kg급 190kg의 세계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5연패를 달성하기도 했다. 장애인역도의 신화인 셈이다. 지난 2008년 “이제는 후배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며 24년의 선수 생활을 마치고 은퇴를 선언했다.

운동을 통해 다른 장애인에게도 소망을 심어주고 싶었던 그는 “역도는 자기와의 싸움”이라며 “연습을 안 하면 바로 표가 난다.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정 사무처장은 거짓말 하지 않는 올곧은 길을 걸어왔다.

“비장애 선수의 경우에는 일찍 은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에게 운동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삶 자체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몸을 위해서 평생 운동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세 살 때 소아마비에 걸린 그는 재활원에 맡겨져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렸을 적에는 재활원 원생들이 든든한 가족이자 보호자였다. 그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기술을 배우며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장애인 시설을 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아 다솜공동체를 설립했다. 공동체를 운영하면서 가정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지금의 아내와 지난 1996년 결혼했다.

체급종목인 역도에서 지체장애의 특성상 감량의 대부분을 상체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대회를 앞두고 체중을 줄이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그럴 때마다 고통이 뒤따랐지만 자신에게 운동은 삶이자 치열한 싸움이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다. 짧은 기간 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하다 보니 몸에 탈이 나기도 했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견딜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가족의 든든한 후원이었다.

“아내는 제가 운동을 하는 데 큰 힘이 됐습니다. 저 대신 원생들을 돌봐주고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았죠. 두 딸 예진이와 유진이도 아빠가 운동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고 끊임없이 응원해줬습니다. 제가 운동하는 것을 가족들이 인정해 준거죠.”

선수생활 은퇴를 선언한 후부터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으면 좋으련만 꼭 그렇지도 않다. 체육회 사무처장을 맡아 훌륭한 후배 양성과 장애인 체육의 활성화를 위해 뛰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충남 당진에 있는 가족과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늘 마음 한켠에선 아내와 두 딸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정 사무처장은 “딸 유진이와 예진이가 공부를 잘 하고 운동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가족이 없었으면 운동이 너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 운동선수의 힘든 사정을 잘 알기에 “가족들의 인내가 절실하다”고 항상 강조한다. 가족들이 운동선수로 인정해주고 꿋꿋하게 응원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제는 도와주는 사람이 많이 생겼으니 장애인을 둔 가족들이 운동 쪽으로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예전에는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마련되지 못했고 힘든 과정의 연속이 운동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운동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변해서 충분히 장애인들도 도전할 만한 여건이 마련됐다고 정 사무처장은 말한다.

현재 체육회에서는 ‘부모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장애인이 가족의 도움 없이 꾸준히 운동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인식에서다. 그는 특히 운동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함께 어울리고 즐겨야 한다는 생각을 늘 품고 있다.

“최선을 다하면 세상을 바꿔갈 수 있습니다. 제가 몸은 불편하지만 운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적극적인 도전정신을 갖게 됐습니다. 다른 장애인들도 운동을 통해서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선 가족들의 꾸준한 응원이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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