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2일을 시작으로 20일간의 ‘국정감사 일정’에 들어갔다. 국감 첫날인 이날은 법제사법위, 정무위, 국방위, 국토교통위 등 12개 상임위가 각각의 피감기관을 상대로 국감이 이뤄졌다. 앞으로 16개 상임위는 701개의 기관을 놓고 감사 활동을 벌이게 된다. 매번 나오는 지적이지만 제한된 시간에 너무 많은 피감기관은 벌써부터 역부족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밤을 새서라도 대의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번 국정감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열릴 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국회 차원의 첫 국정감사이기도 하다. 따라서 각 상임위마다 굵직한 이슈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을 것이며 그중에는 국정농단의 단면을 보여주는 민감한 현안도 적지 않을 것이다. 여권이 ‘적폐청산’을 앞세우고 공세적으로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반면에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야당은 ‘신적폐’ 운운하며 맞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자칫 이번 국감도 소모적인 정치공방으로 표류하는 것은 아닌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정치공방이 불거진다 하더라도 국정감사는 그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국정운영의 시비를 가리고 그 원인과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본질이다. 여기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오직 국민의 대표로서 국정 전반을 살펴보고 감사하는 것뿐이다. 무조건 정부를 감싸거나 아니면 뚜렷한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정부를 비난하는 구태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언제까지 ‘국정감사 무용론’을 반복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국감 기조를 ‘민생제일·적폐청산·안보우선’으로 정했다. 공격과 방어의 논리가 강하게 반영돼 있어 보인다. 이에 비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집권세력의 적폐청산 작업에 강하게 저항하면서 ‘신적폐’를 지적하고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실정까지 거론하겠다는 의지이다. 말 그대로 맞불 작전을 펼치겠다는 의지이다. 이대로 간다면 이번에도 효율적인 국정감사는 어렵다. 적폐와 신적폐, 박근혜-이명박 정권과 김대중-노무현 정권으로 충돌한다면 이것은 제대로 된 국정감사가 아니다. 소모적이고 지루한 정치공방만 난무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국정감사 역시 적폐가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국정감사 현장을 정쟁이 아니라 정책으로, 대결이 아니라 대화로 풀어가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이번 국정감사의 수준도 한층 높아질 것이다. 민주당은 집권당으로서의 품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한국당인들 무턱대고 반대나 고함만 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는 거대 양당체제의 구태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의지와도 통한다. 이를 통해 다당체제에서는 국정감사의 수준도 확 달라졌다는 새로운 평가가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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