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자유한국당 정치보복대책특위가 지난 11일 출범하고 첫 전체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홍준표 대표는 “5개월 만에 이렇게 국정을 혼란으로 몰고 간 것은 처음 봤다”며 문재인 정부를 향해 “지금 하고 있는 적폐청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부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정치인의 발언이며 그것도 제1야당 대표의 발언이기에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철저하게 정치적으로 좀 더 직접적으로는 ‘정략적’으로 풀이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단순한 레토릭이 아니라면 뭔가를 노리고 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보복, 프레임 만들기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농단이 다시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국정원 차원의 못된 짓은 박근혜 정부보다 한 수 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세훈의 국정원’은 대한민국 국정원의 가치를 처참하게 짓밟았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 때는 군 조직까지 동원됐다. 적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국군이 그들의 국민을 대상으로 싸운 꼴이다. 말 그대로 ‘이적행위’에 다름 아니다.

정권이 교체되니 박근혜 정부 때는 은폐되거나 몰랐던 적폐들이 이제야 비로소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이명박 정부 말기 국정원을 비롯한 정권 차원의 정치개입과 여론조작이 왜 극심했는지를 이제야 제대로 알 것 같다. 한마디로 그들은 정권교체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그들의 치부를 감추고 그들의 권력을 계속 향유하기 위해서는 동색의 박근혜 정부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를 위해 그야말로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이 직접 나서 정권을 교체시켰으며 그 힘으로 적폐청산 작업이 준비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일부 위정자들과 적폐세력은 박근혜를 상징으로 끝날 줄 알았던 적폐청산의 칼끝이 이제는 그들을 향하고 있음을 간파하고 깜짝 놀라고 있다. 자칫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구속될 수도 있는 일이다. 온 몸으로 저항하고 비난하는 배경이다. 그러나 그들은 큰 힘이 없다. 그래서 그들을 향한 칼끝을 막기 위해서는 다시 ‘정쟁’으로 끌고 가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본 것이다. 게다가 이참에 보수세력을 결집하고 ‘적폐’가 아니라 ‘정치보복’으로 둔갑시키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이른바 ‘프레임 전략’이다.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적폐청산은 반드시 해야 할 시대적 소명이다. 반대로 정치보복은 어떤 경우에도 해서는 안 된다. 적폐청산은 헌법가치를 수호하는 길이지만 정치보복은 불법이며 헌법가치를 짓밟는 행위다. 그리고 적폐청산은 사실적 행위지만 정치보복은 조작적 행위다. 이처럼 전혀 다른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홍준표 대표와 자유한국당 그리고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적폐청산 문제를 정쟁으로 몰아서 ‘적폐청산이냐 정치보복이냐’의 프레임으로 만들고 이를 통해 밖으로는 적폐청산을 무력화 시키면서 안으로는 보수세력을 결집시키려는 정략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의지이다. 물론 성공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정치가 역사를 메치고 국민을 우롱했던 참담한 역사의 비명은 지금도 진행형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는 대목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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