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부산 사하구의 ‘기우뚱 오피스텔’이 큰 문제로 등장했다. 최상부 기준으로 무려 105㎝나 기울었다. 지난달 13일 조사 때 기운 정도는 45㎝였다. 지난달 22일 70㎝로 늘어나더니 28일 국토부 조사에서는 80㎝까지 늘어났다. 9일 민주당 최인호 의원에 따르면 105㎝까지 기울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의 긴 연휴를 행복한 마음으로 보냈을 것이다. ‘기우뚱 오피스텔’에 살다 긴급 대피한 사람들과 이 오피스텔 근처에 있는 다른 6개의 ‘기우뚱 건물’에 사는 사람들은 어땠을까? 얼마나 마음이 상하고 불안했을까? 

지난달 22일 사하구 자체 조사에서 문제의 오피스텔 인근 건물 세 개가 기운 게 확인됐다. 28일 국토부 조사를 통해 또 다른 세 개가 기울어진 게 확인됐다. 우선 기운 건물이 같은 곳에서 7개나 발견됐고 한 건물은 105㎝나 기울었는데도 사하구와 부산시, 국토부와 정부, 국회의 대응은 한가하기 이를 데 없다. 사하구는 국토부가 28일 현장 조사 때 전문가 파견을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필요시 요청할 것”이라고 대답하고 있는데 안전불감증의 극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우뚱 건물 사건’은 많은 문제를 드러낸다. 우선 지반 특성에 맞는 설계와 공법이 적용됐는가 하는 점이다. 이 지역은 1980년대 초 낙동강 하구 펄 지대를 매립해 조성된 곳으로 대표적인 연약지반이다. 지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지반에 대한 정밀조사를 하고 안전한 설계 및 공법의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문제의 오피스텔은 암반층에 파일을 박지 않은 채 공사를 진행한 의혹이 있다. 최인호 의원은 “사하구청이 매립지에 맞는 건축허가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서 벌어진 참사”라고 밝히고 있다. 철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문제의 건물 인근에 짓고 있는 200세대 규모의 신축 건물은 사하구청의 착공허가도 나지 않았는데 건축공사가 진행됐고 시공사측의 불법행위가 공론화 되자 바로 다음 날 사하구청이 착공허가를 내어 준 의혹이 제기 되고 있다. 이 역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세 번째는 입주민들이 지난 2월 입주 직후부터 건물이 기울어졌다는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사용승인 이후 7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하구청과 부산시는 무얼 하고 있었나? 건물이 기울어져 3개월 동안 공사가 중단됐다는 보도도 있다. 사하구청 측은 민원 핑계를 대고 있다. 지난달 18일에야 민원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사용승인 전후의 과정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네 번째는 원래 펄 밭을 메운 매립지에 맞춘 감리가 이루어졌는가 하는 문제다.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감리 제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문제의 오피스텔은 9층이어서 소규모보다는 크고 대규모보다는 작은 중규모 건축물이다. 건축법에 따르면 중규모 건물은 건축주가 감리자를 지정하게 되어 있다. 작년에 소규모 건축물에 대해서는 허가권자가 감리자를 지정하는 것으로 제도를 개선하면서도 중규모 건축물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건축 법제가 이리 허술해도 되는가? 국회와 정부가 그동안 직무유기한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의 총체적인 부실이 농축된 사건이다. 적폐 청산이 오늘의 화두인데 시급히 청산해야 할 적폐가 바로 건축계 적폐다. 부산 ‘기우뚱 오피스텔’ 사건은 대한민국 건축적폐의 복마전이라 할 수 있다. 감사원의 감사가 필요하다. 국회는 진상조사단을 구성해서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 국토부와 안행부는 사하구에 대한 자체 조사 작업을 벌이고 건물 철거라는 긴급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 전문가 파견을 사하구청에 요청하는 정도의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사하구청은 ‘기우뚱 오피스텔’ 사건이 공론화된 뒤에야 지반보강공사를 했지만 이후에도 건물은 계속 기울었다. 보강공사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는 걸 의미한다. 아산 ‘기우뚱 오피스텔’처럼 철거 조치해야 한다. 건물이 105㎝나 기운 마당에 붕괴 위험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붕괴되고 나면 늦는다. 안전등급 E등급 기준의 10배가 넘을 정도로 기울었는데도 시공사와 인허가권자에게 맡겨두는 건 옳지 못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존재 의미는 국민 안전과 행복이다. 국민안전이 위험에 빠져 있는데 시공사의 지반보강 공사와 건물 복원공사만 쳐다보고 있을 수는 없다. 건물을 철거해서 위험을 즉시 제거해야 한다. 세입자 주거 대안을 마련은 당연히 필요한 조치다.

이번 ‘기우뚱 오피스텔’을 철거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건물을 위험하게 지으면 철거 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걸 모든 건축업자와 인허가권자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똑같은 형태의 부실 건축이 반복되지 않도록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정부와 국토부는 즉시 결단하기 바란다. 국민의 생명안전이 위태로운데 나 몰라라 하는 국가라면 존재 이유가 없다. 국회도 진상조사에 착수함은 물론 건물 철거조치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국민안전을 외면하는 국회는 결국 국민한테 외면 받게 될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전국의 모든 건물에 대한 안전진단을 하고 지반 안전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건설적폐청산 티에프(TF)를 만들어 건축 비리를 뿌리 뽑고 국민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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