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4일 독일 라이프치히교회에서 초연된 음악회 ‘깊은 탄식 속에서’ (출처: NCCK)

‘고통·죽음’ 인류의 종교성 조명… 절망 속 희망 노래
기념주일인 29일, 지난해 촛불집회 시작된 날과 겹쳐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오는 29일은 한국교회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기념주일이다. 이날은 지난해 정권교체를 만들어낸 촛불민주화운동이 시작된 날이기도 하다. 이날 국민들은 주변에 산재한 부조리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다며 스스로 촛불을 들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촛불민주화운동 1주년과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주일이 겹쳤다는 점을 조명하며 음악회 ‘깊은 탄식 속에서’를 준비했다. 17일 열리는 이 음악회는 사회적 사안과 종교적 기념일이 맞물렸다는 점을 주목했다. 특히 올해 부활절인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일과 겹쳤고, 종교개혁기념주일인 29일은 촛불집회가 시작된 날과 겹쳤다.

NCCK는 “종교개혁 정신과 촛불민주화운동 정신이 닮았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며 “더불어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행사 역시 단순히 500년 전의 사건에 대한 기념으로 끝내지 않고 종교개혁의 본래의 정신을 살펴보고자 음악회를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가 1517년 10월 31일 95개조 반박문을 게재함으로 종교개혁이 시작됐다. 종교개혁은 당시 교회의 문제를 드러냈지만, 그 바탕에는 하나님 앞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정신이 깔려 있었다. 종교개혁은 인문주의자들의 동참 속에서 근대 시민사회로 급격히 전환되는 계기를 마련한 배경이 되기도 했다.

‘깊은 탄식 속에서’는 지난 7월 4일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여 초연됐다. 원제는 ‘Aus Tiefer Not’으로 시편 130편의 구절을 인용했다. 음악회는 생로병사(生老病死)를 해결하기 위해 종교를 찾았던 인류의 종교성도 함께 담았다. ‘깊은 탄식 속에서’는 슬픔, 비탄, 고통, 죽음 등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 산재한 아픔을 시편의 전형적인 구조인 ‘탄식’과 ‘위로’의 시로 구성했다. 종교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하지만 음악회는 절망만을 노래하려는 게 아니다. 인류사를 통해 한 시대를 극복해간 다윗의 모습 등 ‘절망으로부터 희망’의 과정을 보여주도록 구성돼 있다. 음악회 구성은 시편의 정신을 오늘날의 맥락에 적용한 5곡의 신작이 포함돼 있다.
 

▲ ‘깊은 탄식 속에서(Aus Tiefer Not)’ 악보. (출처: NCCK)

먼저 네덜란드 작곡가 코드 마이어링(Cord Meijering)은 17세기 독일 30년 전쟁, 19세기 미국 노예, 그리고 21세기 콩고 전쟁 속에서 신음하는 민중의 고통을 형상화했다. 김치를 담궈 먹을 정도로 한국문화에 매우 친근한 그는 진양조와 중모리 장단을 소리북 연주에 얹어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에서 일어난 비극적 사건을 ‘한’의 정서와 접목시켰다.

한국의 작곡가 이건용은 이 음악회를 위해서 서울시오페라단장까지 사임한 후 독일로 건너가 작곡에 임했다. 그는 학살이 끊이지 않았던 20세기를 애도하기 위해 1980년 5월의 광주를 주제로 선정하고 광주 학살을 직접 다룬 두 편의 시 김남주의 ‘학살 1’과 고정희의 ‘학살당한 이의 어머니가 부르는 노래’로 이뤄진 ‘눈물비(Tear Reans)’를 작곡했다.

피날레 곡 ‘할렐루야’는 관중이 함께 제창하게 함으로 탄식을 극복하는 주체가 참여자 각각임을 표현했다.

이번 음악회 ‘깊은 탄식 속에서’는 김홍수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가 지휘를 맡았고 합창은 Seoul Choral Musicians와 KNUA Recital Choir가 참여하며, 오케스트라 Di Pini가 연주한다. 특별히 초청된 앙상블 ‘트랜짓 플래이스(Transit Place)’는 독일의 음악도시인 드레스덴을 기반으로 왕성한 연주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 음악회 초연에도 참여했다. 연주 중 앙상블은 탄식의 노래를 이끌어 가며,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위로의 노래를 연주한다. 앙상블 Transit Place의 엘리자베스 홀머(Elisabeth Holmer)는 초연에서 ‘눈물비’ 후반부에 ‘관현아’, ‘상원아’, ‘종철아’, ‘한열아’ 등 열사들의 이름을 부르며 절규하는 어머니의 비탄을 절절히 표현할 예정이다.

NCCK 총무 김영주 목사는 “종교개혁은 선을 긋고 차별하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오늘날 우리가 만나는 ‘개신교’는 단절의 선을 긋고는 그 안에서 홀로 살고 있는 것 같다”며 “이 선은 점점 길고 높은 담장이 되고 있는 느낌이다. 이래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이 살아날 수 없다. 선긋기를 즐겨하는 교회공동체는 존재할 수 없다. 그 속에 생명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교개혁과 촛불민주화운동은 그 정신과 지향이 닮았다”며 “둘은 새로운 시대를 잉태했으며 또한 위태하다. 교회가 사회로부터 염려의 대상이 되었지만 교회가 관심을 갖고 살아야할 이웃은 자명하다. 교회는 이웃들을 위해서라도 스스로 개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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