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한국산 세탁기로 피해” 판단
12일까지 정부의견서 제출
내일 정부·업체 대응책 고심

[천지일보=박수란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한국산 세탁기로 인해 자국 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단함에 따라 세이프가드 조치와 관련한 미국 정부의 ‘최종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종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게 되는데 보호무역 기조를 천명한 만큼, 삼성과 LG 등 국내 기업에 불리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초께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ITC는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삼성과 LG를 겨냥해 제기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청원에 대해 ‘피해 판정’을 내렸다. ITC 위원 4인 전원이 이에 찬성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등 정부부처와 삼성전자, LG전자 관계자 등은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미국의 세이프가드 발동을 막기 위한 대책을 논의한다.

ITC의 구제조치 공청회에 앞서 피소업체들이 ITC측에 제출할 서류 내용을 조율하고 미국 월풀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논리와 함께 만약의 경우 세이프가드가 발동됐을 때 업계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절차에 따라 미국시간으로 12일까지 우리 정부 의견서를 ITC에 제출해야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추석 연휴에도 피소업체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조율해왔다”면서 “내일은 최종적으로 서면의견서를 작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ITC는 오는 19일 구제조치 공청회를 개최하고 내달 21일 투표를 거쳐 구제조치 방법과 수준을 결정한다. 구제조치는 관세 부과, 관세율 인상, 수입량 제한, 저율관세할당(TRQ) 등이 해당된다. ITC는 오는 12월 백악관에 구제조치 방안 등을 보고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받은 후 60일 이내에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이에 따라 내년 초에 삼성과 LG의 운명이 판가름나게 된다.

세이프가드는 특정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자국 산업이 피해를 볼 경우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다. ITC는 삼성, LG의 세탁기 판매 급증으로 미국 산업 생산과 경쟁력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월풀은 ‘일자리’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평가다. 월풀은 “한국 기업은 한국과 멕시코에서 생산한 세탁기 가격을 억지로 낮춰서 문제가 되자,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했다. 거기서 만든 제품 가격이 또 문제가 되자 다음엔 베트남, 태국으로 공장을 옮겼다. 이런 행위로 월풀 공장 노동자 3000명이 부당하게 직장을 잃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 판정에 대해 결국 미국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수입 세탁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미국의 투자와 일자리 증가를 위태롭게 만들고 가격을 인상시키는 등 미국의 유통과 소비자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공장 설립 등으로 현지 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3억 8000만 달러를 투자해 가전공장을 건립 중이며 LG전자도 2019년까지 테네시주에 2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해 가전공장을 건설한다.

시장조사기관 트랙라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내 세탁기 시장 점유율은 월풀이 38.4%, 삼성전자가 16.2%, LG전자가 13.1% 순이다. 삼성과 LG가 지난해 미국 시장에 수출한 대형 가정용 세탁기 규모는 총 10억 달러(약 1조 1400억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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