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우리나라 경제 성장 동력의 약화로 경제성장률이 G20 국가 중 성장률 순위가 7단계 추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9월 14일 발표한 금년 2분기 회원국들의 성장률을 보면 한국은 전기 대비 0.60% 성장해 17개 G20 국가 중 12위에 그쳤다. 이는 지난 1분기 1.06% 성장으로 전체 성장률 5위를 차지했던 데서 크게 떨어진 수치다. 또한 지난 8월 청년실업률이 9.4%로 8월 통계로는 외환위기 이후 18년 만의 최악을 기록했다. 정부가 올해 세운 3% 성장 목표도 달성 가능성이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출범이후 4개월 동안 일자리주도성장,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등 분배와 공정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위기의 우리 경제를 일으킬 성장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수요측면의 단기 처방에 치중하고 장기적인 공급측면의 대책이 미흡했다. 세금으로 공공 일자리를 만들고 근로자의 임금을 올려 내수 소비가 살아나고 생산과 투자가 늘어나면서 다시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소득주도 성장론이 지속적인 성장의 선순환을 만들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소상공인들이 직원을 줄이고 한계 기업들의 해외 탈출 시도 등 일자리 감소라는 반대 결과를 낳고 있다. 노동계의 ‘양대 지침’ 폐지 같은 친(親)노동 정책과 대기업 법인세 인상 논의, 프랜차이즈에 대한 폭탄 같은 규제 등의 정책들이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앞으로도 중국의 사드보복과 북한 핵 리스크 심화 등 우리가 해결하기 어려운 외부환경이 지속되고 통상임금의 후폭풍, SOC(사회간접자본) 축소 영향이 본격화될 경우 시간이 갈수록 일자리는 감소하고 성장 저하가 가속화되는 상황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복지 확대 등 돈 쓰는 정책에서 돈을 버는 산업 육성 정책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그간 팽배했다.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6일 국무회의에서 “혁신성장은 소득주도 성장 전략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혁신성장의 개념을 조속히 정립하고 집행전략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혁신성장 전략은 공급측면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혁신성장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중 하나이지만 그동안 소외돼 있었다. 이제 대통령이 경제정책 기조에 변화를 줄 뜻을 밝힌 것이다.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주도하는 인사들도 소득주도만으론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재까지 발표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고용노동부 양대 지침 폐지, 재벌개혁 등 공정사회를 위해 사실상 기업을 억누르는 형태였다면 이제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신성장 동력 확보 등 ‘투트랙’으로 경제정책을 끌고 가겠다는 뜻이다. 아울러 혁신성장 전략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청와대 김현철 경제보좌관은 “신산업 성장을 위해 규제를 사실상 철폐하려고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하는 등 순차적으로 혁신성장 전략을 발표한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국회포럼에서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중심성장, 사람중심성장을 합친 혁신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늦었지만 이제라도 대통령과 각료와 청와대 참모들이 경제 현실을 알고 혁신성장을 경제의 중심축으로 삼은 것은 다행한 일이다. 사면초가의 우리 경제에는 혁신성장이 답이다. 정부는 조속히 혁신성장의 명확한 비전과 전략, 실행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성장의 핵심 부서인 중소벤처기업부의 장관 임명과 조직운영의 조기정착, 이제 겨우 발족하고 활동에 들어간 4차 산업혁명위원회의 조직 안정과 함께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아울러 혁신성장을 위해 기업들이 마음껏 활동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혁신은 창조적 파괴를 가로막는 낡은 규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때 비로소 이뤄질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창의적 인재를 키울 교육개혁, 기업가가 자유롭게 기업 활동이 가능한 규제개혁,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이중구조를 해소하는 노동개혁을 해야 한다. 개혁 없이는 혁신성장도 불가능하다. 아울러 지체함이 없는 속도감 있는 실행이 성공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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