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최근 교육계는 ‘교사를 늘릴 것이냐? 줄일 것이냐?’로 갑론을박이다. 하지만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부산과 강릉 여중생 폭행 사건을 보면 지금은 교사증원을 논할 때가 아니다. 충동적, 과시적으로 폭행을 일삼는 학생들이 많아지며 청소년 범죄가 심각해졌지만 아무런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학교의 체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봐야 하는 시점이다. 교사의 역할도 지금과 같은 주입식 수업과 지식전달자에 그쳐서는 한계에 부딪칠 것 같은 위기감이 든다. 교사의 수를 늘리기 전에 교사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변화가 있어야 한다.

학교가 대학을 보내는 기능만 해서는 청소년들에 의한 학교폭력, 강력범죄를 막을 수 없다. 입시 위주의 교육과 상대 평가인 내신으로 인해 학생들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고 있다. 한국 청소년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행복지수는 6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 청소년의 총체적 위기가 온 것 같다.

오래된 미국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을 4차 산업시대에 가장 이상적인 교사상으로 꼽는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입시제도가 존재하는 한국의 고등학교에서 키팅 선생님처럼 수업을 한다면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한다. 키팅은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목적에 국한된 학교 교육을 부정했다. 삶의 목적이 아닌, 방식과 도구에만 얽매이는 교육 현실을 ‘죽은 시인의 사회’라고 표현했다. 대한민국 학교는 이미 죽은 사회이고 시인으로 표현할 만한 교사가 없는 게 현실이다. 죽은 사회가 아닌 살아 있는 사회가 되려면 학교 교육의 방향이 성적 위주에서 전인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곧 다가올 4차 산업시대는 지금까지 인간이 감당하던 노동력을 인공지능(AI)이 대부분 대신하는 시대가 된다. 사람을 가르쳐 일을 시키는 시대가 사라지기 때문에 사람에게 기술만 가르치는 학교도 의미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인간만의 가진 장점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교육, 더불어 사는 사회, 우정과 정직의 가치를 소중하게 가르치는 학교와 교사가 미래에는 필요하다. 지금처럼 공식을 달달 외우고, 지식을 암기하고, 반복적으로 기능을 습득하는 교육은 미래에 존재하지 않는다. 결과만 중요시하지 말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과정을 중요시 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단순지식만 가르치는 학원으로 전락한 학교에서는 더 이상 삶의 지혜를 가르쳐주지 못하고 있다. 자신이 살아온 삶의 지혜를 몸소 보여주며 학생을 이끄는 리더 같은 스승이 없기 때문이다. 이 사회는 인성이 너무 부족하고 인간적인 도리를 무시하는 몰상식의 시대가 되어 가고 있다. 예의가 없어지면서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인간성이 상실되고 있다. 학교에서의 인성교육과 가정에서의 예절교육이 소멸된 탓이다.

효나 충에 기반을 둔 어른에 대한 예절만 가르치는 수직적 예절에서 수평적 예절, 다시 말해 인간 대 인간의 예절을 가르치도록 인성교육의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 내 행복 때문에 타인의 자유나 권리를 빼앗으면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내가 얻을 이익으로 인해 타인이 손해를 보거나 불편하다면 그 이익은 취해서는 안 되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교사가 회초리를 들지 못하게 되면서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거리에서 담배를 피워도 나무랄 수 없는 세상이 됐다. 학부모들도 자식의 비행을 꾸짖기보단 감싸기만 한다. 교사가 지도과정에서 잘못하면 이리떼 같이 달려드니 학교도 아이들을 포기했다. 인성교육 한다면서 강당에 모아놓고 강사의 연설을 듣게 하는 것이 고작이다.

예일대 교수였던 전혜성 박사는 여섯 자녀를 모두 훌륭하게 키워 미국 내에서도 존경을 받는다. 자녀교육의 비결로 공자의 말씀인 덕이 재주보다 우선이라는 ‘덕승재’를 첫 번째로 꼽았다. 덕은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인품이다. 난 사람보다 된 사람이 더 아름답다. 가장 중요한 인성교육의 장이 가정이고 부모인 시대가 됐다. 부모가 자녀의 인성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타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아이들이 나오지 않는다.

4차 산업시대의 학교와 교사는 아이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고 타인에 대한 배려, 약자에 대한 도움,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최우선 가치로 교육하도록 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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