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봉 대중문화평론가

괌에서 뜨거운 날씨에 자녀들을 차에 방치한 채 쇼핑을 갔던 판사부부의 해프닝이 추석연휴 내내 떠들썩했다. 지난 2일 오후 2시 30분쯤 괌의 한 대형마트 쇼핑몰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6세 아들과 1세 딸 아이만을 내버려둔 채 쇼핑을 하다가 차량안의 아이들을 발견한 주민의 신고를 받은 경찰에 체포된 판사 부부. 이들은 아동학대(child abuse)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됐고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괌을 포함한 미국법에서는 어린이를 성인 등의 보호 없이 차에 방치할 경우 현행법 위반으로 처벌된다. 26도에서 30도를 오르내리는 괌의 뜨거운 날씨 속에 성인이라도 밀폐된 차안에 15분만 있어도 답답하고 호흡곤란이 올 수 있다. 판사부부는 경찰에 3분만 자리를 비웠다고 항변했지만 경찰조사 결과 45분가량 아이들을 방치했고 그들의 진술이 거짓이라는 결론을 냈다. 다행히 두 자녀는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만약 큰일이라도 났다면 판사부부는 돌이킬 수 없는 과실로 평생을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왜 그들은 그런 잘못된 판단을 했을까.

“아이들이 둘 다 뒷자석에서 잠을 자니 데리고 다니기 힘들어” “어차피 쇼핑 금방하고 올 거니까 괜찮겠지” 등 이런 섣부른 생각을 한 것인가. 이런 사례도 결국 한국인들의 고질적 병폐인 안전불감증이 원인이다. 판사, 변호사 부부가 자녀를 차량 내 방치한 혐의로 체포돼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건이 알려지면서 국내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싣고 있다. 이미 6세 미만의 아동을 부모의 손을 떠나 방치하는 혐의에 대해 선진국과 달리 아동 방치에 대한 처벌 및 신고 규정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서는 아동복지법 제17조 3항에서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아니라면 차량 방치는 처벌이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은 캘리포니아 등 20여개 주에서 아이를 차량 안에 방치할 경우 보호자가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고, 처벌도 받는다. 캘리포니아주법을 따르는 괌도 형법에 ‘아이를 감독 없이 차에 방치’한 혐의가 죄목으로 있다. 6세 미만 아이를 보호자 없이 15분 이상 차에 놔두는 경우 경범죄로 간주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괌에서 두 자녀를 차량에 방치한 남편 변호사의 커뮤니티 글이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개념이 없었고 안이하게 생각해 대한민국 및 법조계에 오점을 남긴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 잘못은 모두 제가 했는데 포커스가 아내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어 너무 괴롭다. 제 아내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제 아내가 아이들을 차 안에 두고 한가하게 쇼핑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여기서 국민들은 남편이든 아내든 어느 한쪽의 잘못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누구의 결정으로 아이들을 방치했는지 모르지만, 이 사건은 남편과 아내가 함께한 잘못된 결정이다.

최근 제주시 조천읍 100m 해상에서 낚싯배가 전복돼 A씨 등 일가족 5명이 바다에 빠졌다. 이 사고로 A씨 아들이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가족은 구명동의를 착용하지 않고 배에 탄 것으로 확인됐다. 구명동의만 착용했어도 사망사고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안전불감증과 불찰이 동시에 겹쳐 일어난 인재인 것이다. 충남 서산의 H대학교 통학버스는 규칙을 무시하고 버스 안에서 학생들에게 포장마차용 간이의자를 제공, 고속도로를 운행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우리 국민의 안전의식은 세계 꼴찌 수준이다. 안전불감증은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사건사고가 터져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새까맣게 잊는다. 입시위주의 교육시스템만 부르짖는 학교에서 어린 시절부터 제대로 된 안전교육, 교통교육, 생활교육을 철저히 교육시켜야 한다. 이제는 우리 주변을 다시 둘러봐야 할 때다. 교육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법의 강화가 필요하다. 법이 약하고 안전의식이 뒤따라주지 않으니 안전불감증은 멈추지 않고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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