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생 딸 친구 살해·시신 유기 사건의 피의자 ‘어금니 아빠’ 이모씨가 10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랑구 중랑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중학생 딸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어금니 아빠’ 이모(35)씨가 검거된 지 5일 만인 10일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이씨는 지난 2006년 희귀난치병인 ‘유전성 거대 백악종’을 앓고 있고 자신과 같은 병을 가진 딸을 극진히 돌보고 있는 사연이 언론에 소개돼 널리 알려진 미담 주인공이었다. 이씨는 계속되는 치료로 인해 잇몸을 모두 긁어낸 탓에 치아 중 어금니 1개만 남아 ‘어금니 아빠’라고 불렸다.

그런 그가 11년 만에 충격적인 사건의 피의자로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건은 지난달 30일 발생했다. 피해 여중생 김모(14)양의 부모는 밤늦게까지 딸이 돌아오지 않자 이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김양이 이날 정오쯤 이씨 집으로 들어갔다가 나오지 않았으며 다음날인 1일 이씨와 딸이 검은색 여행 가방을 차량 트렁크에 싣는 모습을 확인했다.

그리고 지난 5일 수면제를 과다 복용한 상태로 쓰려져 있는 이씨 부녀를 검거했다.

경찰은 곧바로 이씨 부녀를 병원으로 옮기는 한편 이씨로부터 시신 유기장소를 확인, 이튿날 오전 강원 영월의 한 야산에서 김양의 시신을 발견했다.

8일 서울북부지법 장정태 당직판사는 이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이날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의료진의 소견에 따라 병원에 입원해 있던 이씨를 데려와 1차 조사를 했다. 이씨를 상대로 1차 조사를 마친 경찰은 브리핑을 통해 “이씨는 범행 방법·과정·혐의 인정 여부 등 사건과 관련된 질문에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은 이날 브리핑에서 “서울과학수사연구소의 피해자 부검 결과 끈에 의한 교사(경부압박질식사)로 추정된다는 구두소견을 받았다”며 “타살 정황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 중학생 딸 친구 살해·시신 유기 사건의 피의자 이모씨가 9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랑구 중랑경찰서로 들어오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이에 경찰은 9일 오후 이씨를 재차 소환해 피해자 부검 결과 끈에 의한 교사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구두 소견과 폐쇄회로(CC)TV에 담긴 정황 등을 토대로 이씨의 살인 혐의를 집중 추궁했다. 경찰은 2차 조사에서 살인 혐의에 대해 추궁했으나 이씨가 횡설수설해 조사에 진척이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시체유기 혐의는 인정하지만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자신이 복용하려고 준비한 수면제를 숨진 김양이 잘못 먹었다며 살인이 아닌 사고를 주장했다.

또한 이날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씨의 딸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이씨의 딸 이양이 “아빠가 ‘친구에게 전화해 집으로 데려오라’고 했다”며 “아빠가 나가 있으라 해서 외출했다 돌아와 보니 친구가 죽어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10일 오전 3차 조사에서 여중생 살해 혐의에 대해 시인했다. 앞서 이날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피해 여중생 시신 혈액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결과를 구두로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6일에는 이씨의 부인 최모(32)씨가 서울 중랑구 5층 자택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강원 영월경찰서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달 1일 “의붓 시아버지에게 2009년부터 8년간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부인에게 증거물 확보를 이유로 피의자와 재차 성관계를 가질 것을 요구했으며 이로 인해 부부싸움을 하다 이씨의 아내 최씨가 투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숨진 최씨의 이마 부분엔 투신으로 인한 신체 손상과는 다른 무언가로 맞아 찢어진 듯한 상처가 나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당시 집에 같이 있었던 이씨가 목숨을 끊으려는 아내를 말리지 않은 혐의가 있다고 보고 내사해 왔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