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군의 한 부대 내 책방에서 독서 중인 장병들. (출처: 롯데)

상명대 박재현 교수 군인 대상 설문조사 발표
등화관제 뺑이치다 등 어렵고 비하 의미 많아
“국방부, 체계적인 언어 정비순화사업 나서야”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군인들이 느끼는 순화해야 할 군대용어 1위는 ‘촉수엄금’인 것으로 나타났다. ‘손대지 마시오’라는 의미다.

군인들은 ‘촉수엄금’을 비롯해, 납부를 뜻하는 ‘불입’, 신병이나 계급이 낮은 군인을 부르는 ‘짬찌’를 순화해야 할 용어 1~3위로 꼽았다. 불빛 가리기를 의미하는 ‘등화관제’와 빈병을 가리키는 ‘공병’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깔깔이(방상내피), 뽀글이(봉지라면), 말년(전역대기병) 등은 개선 필요성과 순화어 수용 가능성 수치가 낮게 나타났다.

상명대학교 박재현 국어교육과 교수는 군인들을 대상으로 ‘군대 은어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오는 13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리는 국어학 학술대회에서 발표한다.

학술대회에 앞서 박 교수가 발표한 발제문에 따르면 군인들은 위 표현과 같이 개선 필요성은 느끼지만 대체 표현에 공감하지 않는 것도 있었다. 대표적인 표현이 ‘뺑이 치다’로 순화어로 제시된 ‘고생하며 힘든 일을 하다’가 의미를 제대로 담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군대에서 쓰이는 용어로는 수갑(장갑), 총기수입(총기 손질), 호로(트럭에 씌우는 천막), 연등(야간 근무) 등이 있다. 자칫 의미를 오해할 수 있는 표현도 있고, 생소한 표현도 많다.

박 교수는 “군대 은어는 구체적인 뜻을 알 수 없어 의사소통의 혼란을 초래하고, 의미를 모르는 사람을 소외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며 “상대 비하의 의미가 포함된 군대 은어는 그 자체로 폭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국방부가 국립국어원 등과 함께 언어 순화·정비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단순히 저속한 표현이라고 판단해 기계적으로 순화한 대체 표현을 쓰도록 강요하는 것으로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글학회에서 마련하는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군대언어 외에도 청소년 언어, 직장언어, 행정기관 언어, 법령 용어, 학술 용어 등이 다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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