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조선시대 최고의 교육기관인 성균관의 구내에는 ‘문묘’라 불리는 대성전(大成殿)이 있다. 이 문묘에는 해동(海東) 18현(賢)으로 추앙되는 신라의 최치원과 설총, 고려의 안향과 정몽주, 그리고 조선의 김굉필 정여창 조광조 이언적 이황 김인후 성혼 이이 조헌 송시열 송준길 김장생 김집 박세채가 배향되어 있다.

이들은 큰 덕과 흔들리지 않는 지조를 갖고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임금에게 상소를 올린 성현들이다. 김굉필 조광조 송시열은 죽음을 오히려 명예로 여겼고 정여창 이언적 조헌은 귀양의 고통을 삶의 한 부분으로 담담히 받아들였다.

책은 이들의 올곧은 면들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는 사료들과 일화 위주로 쓰였다. 저자는 방대한 <조선왕조실록>에서 찾아낸 명현들의 삶을 통해 후예인 우리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다.

저자는 “목표를 성취한 다음의 삶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 우리네 일상”이라며 “반쪽의 목표만 세웠기에 반쪽의 삶을 살게 되는 꼴”이라고 청년들을 향해 호통을 친다.

조선시대의 젊은이들은 그렇게 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균관에 입학한 조선의 청년들은 선현들의 지고함을 삶의 목표로 삼았고, 명현들의 뒤를 따를 것을 다짐하면서 관직에 나갔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실리에 따라 인간관계가 수시로 변하는 세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던진다.

“그들은 품격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선현들이 했던 직언을 그대로 되뇌면서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불이익을 아름답게 받아들이는 전통을 이어나갔다.”

저자의 말처럼 김굉필은 나랏일에 소극적인 스승에게 날카로운 직언을 던질 정도로 올곧은 성품으로 살다가 끝내는 갑자사화에 연루돼 사약을 받게 된다. 저자는 “김굉필은 사약을 받고 죽었어도, 천 년을 살아가는 명현으로 이름을 남기고 있다”고 칭송한다.

귀양을 갔다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한 이언적의 학문이나 행실은 이상적인 국가를 지향하고 있으며 그 실천 방안은 치자의 식견과 실천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언적은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강령과 열 가지 조목을 상소문으로 올렸는데 이를 읽은 당시 신하들은 물론 왕까지 감동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러한 글이야말로 기업의 두령과 대학의 교수가 숙지해야 할 강령”이라고 밝힌다.

저자는 역사가 옳은 방향으로 가는 길은 지식인과 원로 그리고 청년에게 있다고 설파한다.

“원로가 원로의 구실을 하고, 지식인들의 참 목소리가 울려야 역사는 옳은 방향으로 간다. 그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살피고 그 정체성을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꿈으로 심어 주고서만 가능한 일이다.”

신봉승 지음 / 청아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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