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철학은 ‘꽃’이다. 그 지혜롭고도 사악한 사유의 궤적은 과거를 양분 삼아 미래에 또 다른 씨앗을 남긴다. 영리한 사람들은 철학이라는 갑옷과 무기로 자신을 무장하며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 왔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철학은 일종의 ‘정신적 자산’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희소성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철학은 ‘난해함’이라는 바위에 둘러싸인 채 접근을 불허하는 기암성(奇巖城)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모든 사람들이 말하듯이 철학자들은 ‘분리된 종족’이 아니다. 그들도 지구상에 태어난 우리와 마찬가지인 피조물로서 경험과 영향, 그리고 명백한 편견을 지닌 남성과 여성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이었다”고 확신한다.

책은 ‘철학자도 우리와 다름없는 인간’이라는 전제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쉽게 다가가기에는 너무 고상한 철학을 대하는 데 엄숙함은 필요 없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책은 고상해 보이는 철학자들과 그들의 난해한 저서 이면에서 발견되는 속물스러운 단면들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하며, 때로는 그들의 생각 속에 숨겨진 다른 맥락을 펼쳐주기도 한다.

삶과 사물에 대한 진중한 성찰과 심오한 철학의 성취로 미래에 빛을 던진 아리스토텔레스는 여성을 비하하는 데도 탁월했다. 물론 역사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가 처음 여성 비하의 화두를 던진 것은 아니지만, 그의 영향으로 여성이 천대받는 사회풍조가 더 만연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남성은 여성을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남성이 더 우월한 지능을 지녔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인간과 가축의 관계를 비교하듯 여성의 관계를 비교했다.

독일의 실존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나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하이데거가 나치즘에 일시동안 빠진 것은 젊고 순진한 학자의 실수였다는 게 정설이다. 아울러 당시 대학총장을 지냈던 그는 대학의 행정 관계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나치당에 가입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여기서 저자는 “당원이 된 것이 일을 용이하게 하려는 욕구 때문이었다면, 왜 총장 임기가 끝난 뒤로도 매년 당원 자격을 갱신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며 날카로운 의문을 던진다.

이 책에서는 이렇듯 일반화에 물든 관점을 피하고 있다. 그것은 다른 수많은 전문가들이 반복한 말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준엄한 지식인들이 쌓아 놓은 탑을 허물기도 한다. 저자는 “이러한 과정은 철학의 ‘파괴’가 아니라 철학에 다시 활기를 불어 넣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여러 가지 각도에서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것이 바로 ‘철학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마르틴 코헨 지음 / 서광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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